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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업, 북한을 불량품·중고품 처분장으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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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업, 북한을 불량품·중고품 처분장으로 인식"

[북한 르포] "4월 외국인투자 확대 조치 있을 것"

북한 핵실험이 있은 지 1개월 후인 지난해 11월 북한을 다녀왔던 태국의 한 저널리스트가 북한의 경제 실상을 담은 르포 기사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팅 아이 차이라는 이름의 이 언론인은 홍콩에 본부를 둔 매체 <아시아타임스> 10일자 기사에서 북한을 방문하면서 만난 중국 기업인들의 말을 통해 북한 경제의 단면들을 소개했다.

팅 아이는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 운동화와 자전거. 그리고 TV가 가장 인기있는 상품이라며 2002년 이후 북한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이 물건들을 대량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의 대다수 기업들이 자국에서는 팔 수 없는 불량품이나 중고품, 구식 상품을 처분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고발하며 북한의 추가적인 개방 정책이 실시될 경우 그같은 행태는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팅 아이는 특히 북한에 진출한 중국 기업인들의 말을 통해 북한 정부가 오는 4월 경 외국인들의 투자를 확대하고 시장을 자율화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전해 주목된다.

이는 북한의 2007년 신년공동사설에서 밝힌 '경공업 혁명'과도 같은 맥락에서 취해지는 초치로 풀이된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실험 직후 수 차례의 현지지도를 통해 '대외교역을 포함한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과도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여전히 국제적인 화제가 되고 있지만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 가장 관심있는 것은 운동화와 자전거, TV를 챙기는 일이다.

중국 기업들은 중국 본토나 북한 현지에서 제조한 상품을 실제 품질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팔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2002년 7월 경제개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북한 정부는 여전히 개혁을 이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민들의 일상적인 수요를 위해 중국 기업이 북한에서 상품을 제조하게 한다거나 중국으로부터 물품을 수입해 수요의 겨우 일부분만 충족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 북한 평양시 락랑구역에 있는 통일거리시장의 내부. ⓒ연합뉴스

중국에서 수입해오거나 북한에 있는 중국 기업이 만든 신발과 자전거, TV, 음료, 옷가지 등이 그 수요를 충족시켜주고 있지만 중국의 일부 악덕 기업들은 중고품이나 불량품을 헐값에 넘겨 중국의 위신을 깎고 있다.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은 남한 정부에 비누와 의류, 신발 제조를 위한 원료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해 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평양을 방문한 필자는 콜게이트 칫솔·치약, 일제 세안제 같은 물품들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보았는데 가격이 미화 2달러60센트에서 5달러90센트에 달해 북한 주민들은 살 수 없는 것이었다.

중국 텐진의 기업인으로 북한과 함께 음료 제조 회사인 '룽진'을 설립한 수시앙종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북한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위너 인터내셔널 인더스트리'는 지난 2000년 북한의 소비 잠재력을 예견한 중국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북한에 운동화와 의류를 제조하는 북중 합영 기업을 만들었다. 이 회사는 대만에서 들여온 기계를 가지고 연간 800만 켤레의 운동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 회사의 의류 제조 부문은 한국과 일본에 수출을 하기도 하는데 최근 알 수 없는 이유로 한국과 일본에서의 주문량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군용 가죽 신발의 질은 매우 높지만 가격이 326달러로 너무 비싸 외국인들에게만 공급한다. 북한 정부는 여전히 해외 투자를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을 경유해 신발 제조 장비를 사들이려고 하고 있다.

낙후한 교통수단 때문에 북한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신발 한 켤레로는 충분치 않다. 신발이 헤어지기 때문이다. 텐진의 '디지털'이란 회사는 이같은 상황에 착안해 2005년 10월 평양에 자전거 제조 기업을 차렸다. 당시는 북한이 합영에 참여하는 중국 기업에게 지분의 51%를 가질 수 있게 하고 20년간 독점권을 주기로 합의한 직후였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서 필요로하는 자전거는 700만 대로 추정된다. '디지털'사(社)는 현재 40개 모델 6만 대의 자전거를 매년 만들고 있고 가장 인기있는 모델을 26달러에 팔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매년 30만 대의 자전거를 만들 계획이고 이를 위해 3개의 공장을 더 지을 예정이다.

생필품 외에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상품은 거의 없지만 TV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다. 2002년 북한에 130만 달러를 투자한 중국의 TV 제조기업 '난징 판다'는 북한의 TV 시장이 부상할 것이라는 걸 예견한 유일한 기업이었다. 난징 판다는 4년간의 노력 끝에 17인치 흑백TV와 21인치 컬러TV를 평양에서 절찬리에 판매하고 있다. 난징 판다가 북한의 TV 시장을 점령하면서 중국의 다른 TV 제조 기업은 북한 수출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난징 판다는 또 현재 개인용 컴퓨터(PC)를 만들며 또 하나의 금맥을 캐고 있다.

중국의 대북 투자는 2003년 112만 달러에 불과했는데 2004년 1413만 달러로 늘었고, 2005년에는 5369만 달러로 늘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현재 200건의 투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2005년 3월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북한과 투자보호협정을 체결하는 등 북중 양국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다섯 가지의 경제 협력 협정을 맺었다. 지난해 1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당시 원 총리는 새로운 경제협력 방법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북한에서) 일고 있다. 평양에 있는 한 서방 기업가는 상당수의 중국 악덕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팔 수 없는 구식 물품이나 불량품을 처분하려는 목적으로,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바가지를 씌울 목적으로 북한에 들어오고 있다"며 "또 상당수의 가짜 물품들도 중국에서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점점 더 많은 수의 중국 기업가들이 평양으로 몰려들고 있다. 텐진 기업가 수시앙종은 중국에서 팔고 있는 생수 '와하하' 같은 생수를 평양에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사람들은 또 제조업과 광업에 있어 중국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산 여성용·아동용 의류, 가정용 잡화, 컬러TV, 컴퓨터 등이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상품이다.

북중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단둥 출신의 중국 기업인인 리징케는 천연자원 개발과 제조업이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매력적인 사업이라며, 오는 4월 투자 친화적인 몇가지 정책들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중국 기업들이 과거에 보여줬던 좋지 않은 행태가 우려 대상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경제 자유화를 위해 더 많은 정책을 내놓는다면 각국에서 경쟁 기업들이 북한 시장에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근대적인 상업 마인드가 없는 중국 기업인들은 퇴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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