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을 진두지휘해 온 이 두 사령관을 전격 교체한 것은 오는 10일(현지시각) 발표할 새 이라크 전략과 직결된 것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미국 시사주간 <네이션>은 9일 이를 "이라크 전 확전의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지상전 위주의 이라크 전에 해군출신 사령관
<네이션>은 두 사령관 중 특히 중부군 사령관의 교체를 '매우 이례적(highly unusual)'으로 평가했다.
일단 신임 팰런 사령관이 태평양군에서 중부군으로 옮겨온 것은 '승진'이 아니라 '수평이동'이다. 규모로 보자면 오히려 태평양군이 중부군보다 더 크다. 권한 측면에서도 중부군의 경우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작전권은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사령관이 갖고 있기에 중부군 사령관은 직접 지휘권을 사용할 여지도 좁다.
평소 같으면 '강등' 혹은 '좌천'이란 평가가 나올만한 인사인 것이다. 게다가 팰런 사령관은 항공모함 작전에 익숙한 해군 출신이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상전을 주로 하는 중부군의 임무와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까지 있다.
하필이면 새 이라크 전략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돼 있는 시점에, 중부군 사령관이란 요직을 두고 부시 대통령이 이처럼 석연찮은 인사를 하게 된 배경을 풀이하기 위해서는 팰런 사령관의 전력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팰런은 베트남 전에서 해군 전투기 비행사로 군 복무를 시작한 이래 24년 간 해·공 작전을 주특기로 고수해 왔다.
1991년 걸프전에서는 항공모함 비행단을 지휘했고 보스니아 내전에서는 4년 간 NATO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해군대대를 이끌기도 했다. 태평양군 사령관을 맡기 직전까지는 해군참모부총장을 지냈다.
이처럼 해공 연합작전에 능통한 팰런 사령관을 기용한 것은 지상전 위주의 이라크 전쟁보다는 해군작전이 불가피한 이란 공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네이션>은 "이라크 전쟁의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비자이드가 팰런으로 교체된 상황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며 "미국이 이란, 시리아와 전쟁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팰런 사령관이 제격"이라고 평가했다.
'단계적 철군' 요구한 사령관은 전격 교체
아비자이드 전 사령관이 물러나게 된 데에도 부시 대통령의 확전 의지가 드러난다. 아비자이드 전 사령관은 미군이 이라크 군과 전쟁을 계속하기에 곤란한 상황을 설명하며 단계적 철군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아비자이드 전 사령관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그다드 상황이 요구하는 것은 더 많은 미군이 아니라 더 많은 이라크군"이라고 시인했는데, 바로 이것이 그가 사령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보인다.
또한 레바논 혈통으로 유엔 연합군 소속으로 레바논에 복무하기도 했던 아비자이드 전 사령관은 기본적으로 이라크 문제는 지역 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시리아, 이란과 연계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결국 시리아, 이란과 협력해 이라크 문제를 풀자고 주장했던 아비자이드 전 사령관이 교체된 것은 이란까지 전선을 확장하는 쪽으로 부시 대통령의 마음이 기울어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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