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오는 10일 이라크에 2만 명을 추가 파병하는 새 이라크 전쟁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라크 내전 상황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으며 '침략자 미국'에 대한 이라크 인들의 반감 역시 폭발 직전까지 치솟은 상태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철군 대신 병력 증강을 택한 부시 대통령이 새 전략의 이름마냥 '새로운 전진(new way forward)'을 이뤄내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06년 하반기 이라크인 사망자, '상반기의 3배'
이라크 보건국은 7일 작년 하반기 이라크에서 폭력사태 등으로 숨진 일반 주민과 경찰의 수가 1만700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발표했다.
미국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이 새 정부 하에서 주도권을 잡고 상대편에 보복을 가하려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내전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일반인들의 희생이 급증하는 모양새다.
작년 상반기 이라크인 희생자가 564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무려 세 배 이상 늘어난 숫자는 이라크 내전 상황이 수습불가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전직 이라크 사령관이었던 피터 샤레리 중령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월 시아파 성지인 사마라의 사원이 파괴된 이후 종파 간 유혈충돌의 악순환은 통제 불가능 상황이 됐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매머드급 대사관 건설에 미 국무부는 '불안'
이 같은 혼돈 와중에도 '부시의 궁전'이란 별명이 붙은 주 이라크 미 대사관 건설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바그다드 내 미 점령지인 '그린존'에 12만7000평을 내어 올 9월 완공을 목표로 미 국무부가 건설 중인 이 대사관은 뉴욕의 유엔본부 건물보다 6배나 큰 초대형이다.
이 안에는 이라크에 거주 중인 1000여 명의 미국인들을 위한 개인 상하수도 및 전기 시설이 마련돼 있고 아파트 여섯 채와 군인들을 위한 내무반, 수영장, 상점 등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정작 여기에 입주할 이라크 주재 미 공무원들은 이 6억 달러짜리 대사관에 대해 전혀 달갑지 않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초대형 대사관은 이라크에 계속 주둔하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주민들의 분노를 살 것이 뻔하다는 판단에서다. 10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이라크 판 뉴딜정책'을 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새 전략 역시 이라크 인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얻고 있다.
익명의 한 외교관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바그다드에 초대형 대사관은 마치 괴물처럼 여겨질 것"이라며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 우뚝 솟은 미 대사관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좋은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전직 외교관 출신인 존 브라운 씨는 "새 대사관은 미국 주둔의 상징이자 이라크 사회와 미국 간의 단절을 나타내는 징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적으로는 "냉전시대 동유럽에서 비밀주의와 오만의 상징으로 미움을 샀던 소련의 재외공관을 떠올리게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테러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15피트 두께로 세워놓은 대사관 벽이야 말로 '이라크가 원하는 이라크의 안정'에는 관심이 없는 미국의 일방주의의 상징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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