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9년 카이로에서의 연설 당시 "미국과 이슬람권 사이의 새로운 시작"을 약속했고, 임기가 얼마 안남은 현 상황에서 그는 전임자였던 부시와는 달랐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새로운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의 연설 이후 미국과 이슬람권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충만했다. 55분 동안 이어진 연설에서 그의 화술과 포부는 많은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그의 외교가 행동으로 드러나자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문은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처하는 오바마의 모습이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대립이 불거질 무렵, 이스라엘 벤자민 네타냐후총리와의 갈등에서 오바마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오바마는 평화회담이 재개되기 전에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의 (이스라엘 사람들의) 정착을 멈춰야 한다는 것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신문은 결국 세계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EPA=연합 |
<가디언>은 오바마가 이란 정부와 관계개선도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취임 초기에는 오바마가 이란 정부와 유연한 협상을 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신문은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더 강한 제재와 비밀스러운 전쟁만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중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이후에도 여전히 테러의 위험이 상존한다고 전했다. 오바마가 알카에다에 대한 드론(무인공격기) 공격을 강화하고, 파키스탄 아보트아바드의 오사마 빈 라덴 은신처에서 그를 살해한 것은 분명 국가 안보의 승리였다. 하지만 소말리아와 마그레브(Maghreb, 북서부 아프리카 일대를 부르는 말) 지역에 널리 퍼져있는 지하드(Jihad)의 폭력은 여전히 현존하는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다.
'아랍의 봄'에 대해 일관적이지 않은 오바마의 반응
오바마는 '아랍의 봄'을 불러온 이집트 혁명에 대해서 일관된 입장을 지키지 않았다. 그는 혁명 초기 타히르 광장에 펼쳐진 사건들을 안정시키는 데 지원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백만인 행진'이 시작된 2월 1일에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무라바크와의 통화에서 '지금' 물러나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아랍의 가장 충실한 동맹이었던 이집트와 미국 간의 30년 동맹관계를 뒤집어 버렸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이어 리비아 혁명이 오바마가 다른 무슬림 국가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내키지 않아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전했다. 당시 미국은 전투기를 이용한 공습과 정보를 제공했지만, 이후 나토의 유럽 패권국에게 리비아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넘겼다. 신문은 리비아 혁명이 미국에게 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미 대사의 죽음이라는 후유증만 남겨놨다고 평했다.
'아랍의 봄'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린 시리아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오바마는 초기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사드 대통령은 반대파에 대항한 무장을 하고 비행 금지구역을 도입하는 등 미국의 압력에 저항했다. 신문은 이제 염려되는 것은 지하드와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자 무장 단체가 증가하는 것과 걸프만 지역의 다른 국가들의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포부와 현실의 차이
비평가들은 오바마가 미국의 국가안보와 미국이 주장하는 인권과 같은 민주적 가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어려운 선택을 피해왔다고 평가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 전문가 샤디 하미드는 이러한 입장이 "공격적인 방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아랍의 통치자들과 그에 대항하는 사람들 둘 다로부터 외면 받게 만든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하미드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독재자들, 특히 걸프지역의 독재자들은 오바마가 순진하게 아랍의 혁명세력을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면 아랍의 저항세력과 혁명세력들은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정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인 파와즈 게르게스는 <가디언>에 "오바마 앞에 놓인 중동 문제는 그가 중동지역의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목소리를 녹여 미국의 대외 정책을 어떻게 재조정하느냐와 그가 말한 것들을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논평했다.
신문은 오바마가 한 2009년 카이로의 연설을 2012년인 지금 되돌아보는 것은 포부와 현실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대선을 앞둔 지금 오바마와 롬니 중에 누구를 선택할지에 대해 아랍의 정치 블로그인 아우사트는 "대다수가 오바마의 첫 임기 때 실망했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나쁜 것(오바마)과 우리가 모르는 최악의 상황(롬니)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