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말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두고 통합신당파 내의 각 계파 간 의견 차이도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전당대회의 표 대결을 통해 통합신당 추진을 결의하자는 '정면돌파론'과 정치 갈등만 반복할 게 뻔한 전대를 반드시 거쳐야 하느냐는 '전대 무용론'이 엇갈리고 있다.
민평련 "당의 진로, 전당대회에서 표결로 결정하자"
김근태계 의원들의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은 14일 "전당대회의 선결 과제는 통합신당 추진 여부"라며 중진들의 중재안을 비판했다.
이들은 "당의 진로에 대한 모든 결정은 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전당대회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비대위의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전대 전에 '민주평화세력의 대통합을 위한 통합신당을 추진할 것인가' 여부를 당의 총의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평련의 간사를 맡고 있는 문학진 의원은 "최근 정계개편과 관련해서 우리당의 중요한 논의의 흐름들이 다소 핵심에서 비켜가는 경향이 있다"며 "지도부를 뽑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통합신당이냐 재창당이냐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규성 의원은 "전당대회는 표결을 통해 가야 한다"며 '표 대결'을 통한 진검승부를 주장했다. 중도파의 '합의 추대'와는 시각이 다르다.
정봉주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이냐 당 사수냐를 확실히 결정하고 차기 지도부에 그 역할을 맡겨야 하는 것"이라며 "이를 결정하지 않고 지도부만 먼저 선출하게 되면 전당대회 이후에 오히려 갈등이 더 심각해 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신당 강경파 "당 사수파와 함께 갈 수 없다…표대결 반대"
당내 통합신당 강경파 의원들도 중재안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희망포럼21', '실사구시', '안정적 개혁을 바라는 의원들의 모임' 등 당내 중도보수성향 의원들은 전날 중도파의 서명운동에 불참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들은 민평련의 새 제안에 대해서도 그리 탐탁치 않게 반응했다. 전당대회에서 '세 대결'을 통해 지도부를 선출하게 되면 정치 갈등만 재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들 가운데에는 전대 무용론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희망포럼21의 대표를 맡고 있는 양형일 의원은 "우리는 새로운 정치질서 모색을 위해 통합신당을 창출하는 자리로서의 전당대회를 요구한다"며 "이러한 방향에 대한 합의를 찾지 못하면 전당대회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중도파의 중재안에 대해선 "합의추대를 하더라도 지도부의 성격을 먼저 분명히 규정하고 전당대회에서 추인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며 "우리는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신당추진을 수임 받는 지도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승용 의원은 "우리당은 지난 3년간 극좌-극우가 함께 있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지금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헤어지지 말고 합의 추대하자는 것은 '도로 열린우리당'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통합파와 사수파가 아울러 새출발하자는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기서 결별하고 새로운 변화를 꾀해 중도세력을 아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도파의 안은 명분을 만들어 시간을 끄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주 의원은 민평련의 제안에 대해서도 "명분상으로는 맞는 말이기는 하나 그러한 전당대회가 과연 좋게 끝나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밝혔다. 그는 "전당대회 사전단계에서부터 통합신당파와 사수파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많다"며 "국민들은 그러한 정치 갈등을 결코 좋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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