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유인태 등 당내 중진의원들이 주축이 된 '광장모임'과 초재선의원들의 모임 '처음처럼'은 13일 '차기 지도부 합의 추대'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내년 2월 하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당이 쪼개지는 공식적인 자리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
그러나 전당대회의 성격을 둘러싼 신당파와 당 사수파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들의 중재안이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전당대회가 당의 해체와 신당추진을 결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신당파는 중진들의 중재안에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지도부를 합의로 추대한 뒤 새 지도부가 당 해산 작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방안이라는 해석에서다.
그러나 친노계 진영의 당 사수파들은 당 진로를 둘러싼 토론의 길이 봉합될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이 역력하다. 이들은 당권 후보들이 저마다 당 진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전당대회에서 최종 심판을 받자는 주장을 펴 왔다. 정계개편 추진은 전대를 통해 선출된 새 지도부가 담당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도파 의원들이 추진하는 서명운동은 표면적으로는 광범위한 의원들의 동조를 얻어낼 것으로 전망되나 이미 갈등의 골이 깊게 패인 양측을 중재해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중재안의 핵심인 전당대회 성격에 대한 '합의'가 매우 난망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갈등의 현안인 당 진로에 대한 비대위의 설문조사를 놓고도 으르렁대고 있다.
신당파 "우리 주장과 큰 차이 없다" 환영
통합신당을 주장해 온 의원들은 "중도파 의원들의 제안이 상당히 합리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학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먼저 당의 진로에 대한 사전 합의를 이루고 난 뒤 전당대회에서는 이를 추인 받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며 "이런 면에서 합의 추대를 하자는 중재안과 공통점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사전 합의 없이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면 모양새가 사납게 된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친노그룹에서 주장하는 노선 등에 대해서도 사전 토론 등을 통해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중재안에 당내 다수 의원들이 합의하게 되면 전당대회를 추진하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친노 "무엇에 대한 합의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
그러나 참여정치실천연대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형주 의원은 "중도파 의원들의 중재안은 전당대회 준비위 구성을 촉구하는 등 기본적인 동질성이 있다"면서도 차기 지도부 합의 추대에 대해선 "합의 추대 이전에 노선투쟁을 통해 보다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고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하는 논쟁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철 의원도 "물론 차기 지도부를 합의 추대할 수 있지만 실제 무엇에 대한 합의인가가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전당대회는 당의 진로와 과정을 결정하는 자리인데 합의추대를 한답시고 노선에 대한 토론 등을 봉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친노계 의원들은 중도파 의원들이 당헌당규의 개정을 통해서라도 새로운 지도부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광철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당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된다면 그 자체가 강력한 권한을 획득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의정연구센터의 이광재 의원도 "여러가지 경우의 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당 지도부에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새로운 당으로의 전환만이 답은 아니지 않느냐"고 당 해체를 위한 전권 부여에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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