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의장직 사퇴' 여부를 두고 열린우리당이 술렁이고 있다. "다음 주 중 사퇴할 계획"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왔고, 친노진영에서도 김 의장의 사퇴를 비롯한 비대위의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반면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처음처럼' 등은 내년 2~3월 께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 김 의장이 의장직을 맡아야한다고 전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김 의장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적 대척점에 선 듯이 비쳐지는 국면도 부담스러울 뿐더러 유명무실한 비대위를 이끄는 당 의장 모자를 쓰고는 좀처럼 이 국면을 타개할 만한 운신의 폭도 없다.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도 친노세력의 요구에 떠밀린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다.
언젠가 물러날 자리이긴 하지만
김 의장 쪽은 일단 사퇴설과 관련해 "사실 무근"이라며 완강히 부인했다. "바둑을 두다 판을 엎을 때에도 다 때가 있는 법인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는 얘기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지금 물러나면 친노그룹의 압박에 못 이겨 물러났다는 오해를 사게 돼 괜한 흠집만 더할 수 있다. 물러날 땐 물러나더라도 일단 비상대책위원회가 약속한 정계개편 '로드맵'은 제시하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김 의장이 내년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지도 매우 불투명하다. 당 의장직과 비대위 자체가 '정치인 김근태'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 직후 김 의장은 '사즉생'의 각오를 밝히며 당을 맡아 당 재건과 대권주자로서의 입지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몰이를 해 왔으나 성적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당은 당대로 폐업 직전에 처했고, 김 의장 자신도 당 의장을 수행해 온 시간 동안 이렇다 할 지지율 변화를 일궈내지 못했다.
지금 시점에선 당 의장 직이 오히려 '개인 플레이'마저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 올인한 정동영 전 의장이나 각종 정책현안과 관련해 자유롭게 자기 견해를 밝히는 천정배 의원의 행보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최근엔 당청갈등의 한복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 맞대결 하게 되면서 당내 친노그룹의 비토를 받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김 의장 쪽에서는 그간 비대위가 김 의장의 행보를 제약해 왔다는 불만도 적지 않게 들린다. 김 의장 측은 "비대위 내에서 김 의장은 직함 외에 별다른 권한을 갖지 못한 상황"이라며 "비대위 자체가 김 의장을 견제하기 위한 체제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아니냐"고도 말했다.
의장직 사퇴는 임시국회 마무리되는 연말 쯤
결국 문제는 사퇴 시기. 당 내에선 빠르면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는 연말이나 새해 초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문조사와 워크숍 등을 거쳐 정계개편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까지가 김 의장의 '마지막 역할'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조차도 매우 유동적이다. 정계개편과 전당대회 논의가 본격화되는 순간 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게 뻔하고, 이 같은 상황 요인이 김 의장의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설령 김 의장이 당 의장으로서의 부담감을 벗는다고 해도 범여권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중심축으로 재도약 할 수 있을지도 매우 회의적이다.
노 대통령의 '판 흔들기'가 계속되는 이상 당을 추스르지 못한 책임, 노 대통령과의 깔끔한 관계정립에 실패한 책임 등은 김 의장에게 맞춰질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히 '정치인 김근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된다.
어떻게 의장직을 마무리 할 것인가. 현 시점에서 김 의장의 가장 큰 고민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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