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사전조치 격인 국제컨테이너 검색 네트워크(ICSN) 가입을 염두에 두고 이를 위한 검색 장비를 부산항에 시범 운영키로 결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해양수산부는 8일 쯤 부산 감만 부두에 미국이 제공하는 방사능 탐색장치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단 부산항 한 곳에서만 시작하지만 국제 컨테이너 물동량이 많은 광양항 등 다른 항구에도 검색 시스템을 확대 배치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정부 측은 "탐색 장비의 시범 운영을 ICSN 가입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컨테이너의 뚜껑을 열지 않고 위험물질을 찾아낼 수 있는 방사능 탐지기를 항구에 설치하는 것이 ICSN의 골자이기에 미국으로부터 방사능 장치를 들여오는 것 자체가 사실상 ICSN 참여로 여겨지는 것이다.
미국 측은 지난 10월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이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 ICSN 참여를 제안한 데 이어 국토안보부와 에너지부 관계자들도 직접 찾아와 방사능 장치 설치를 요구하는 등 꾸준한 압박을 가해 왔었다.
특히, ICSN은 컨테이너안전구상(CSI), 항구관리구상(MI) 등과 함께 PSI의 하위 개념으로 이해되는 만큼 정부가 사실상 PSI 확대 참여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PSI 참여를 확대하라는 미국 측의 요구가 계속돼 왔지만 정부는 북한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 등을 들어 이를 거부해 왔다.
이에 민주노동당 정호진 부대변인은 "ICSN은 실제적인 PSI 참여 조치로 연결되는 만큼 작은 구멍으로 지금까지 정부가 유지해 온 정책과 기조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정부의 어설픈 '미국 따라하기'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선언 등으로 조성된 한반도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자충수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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