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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詩의 특징은 진실함과 소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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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詩의 특징은 진실함과 소박함"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2/01] 한국 문학작품 26권 영역해 낸 서강대 안선재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시는 한국인의 흥과 한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입니다" 16년째 한국의 시와 소설을 영어로 번역해서 해외에 소개하고 있는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안선재 교수의 말입니다. 영국출생으로 프랑스 테제 공동체 수사인 그는 한국의 격동기인 1980년 한국에 온 후 27년간 한국에 머물면서, 한두 권씩 접한 한국시와 소설에 매료되었고 지금까지, 26권의 한국문학작품을 번역해 왔는데요 20여 년간 몸에 밴 한국문화와 모국어인 영어를 바탕으로 한국문학작품의 영역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안선재 교수... 최근에는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서강대 도서관에서 그동안 출판된 번역 책의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한국문학의 해외전도사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안선재 교수를 초대해서 그가 한국문학을 번역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 그가 본 한국문학의 특징은 무엇인지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얘기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안선재 교숩니다 안선재 교수는 42년 영국 출생으로 본명은 브라더 안토니입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중세서양문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 박사를 마치고 69년 프랑드 테제 공동체의 수사가 됐습니다. 1980년 한국에 건너왔고 85년부터 서강대학교 영문학과에서 교수로 일해 왔습니다. 90년대 초반부터 구상, 고은, 천상병, 서정주, 김수영, 신경림, 이문열 등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과 소설가들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왔고 그 공로로 한국문학상 번역상과 대산문학상 번역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1994년 안선재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귀화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한국에 사신 지가 햇수로 27년, 서강대에서 일하신 지는 22년째 되셨는데 내년 2월이면 공식적으로 정년퇴임하십니다. 섭섭하시겠어요.

안선재 : 계속 하면 좋은데 정년이 65라고..

박인규 : 그동안 우리나라의 시와 소설을 번역해서 책으로 낸 게 26권이라고 해요.

안선재 : 영문학에 대한 책을 포함해서..

박인규 : 이번에 서강대 도서관에서 전시회를 하고 계신데 많이들 보러 오시나요?

안선재 : 와요. 저는 오후에만 가서 보고, 학생들이 모르니까 제가 이런 일 하는 거. 다 같이 책 좀 보자고. 아니면 사무실에서 자고 있어요.

박인규 : 이번 전시회를 하신 게 번역작품을 마무리 짓고 더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시죠?

안선재 : 계속 해요. 내년에 나올 책도 몇 권 있어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박인규 : 어떻게 하다가 한국의 시와 소설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안선재 : 저도 몰라요. 올림픽 때 우리 과 교수와 얘기 나누는데, 한국에 와서 영국문학을 가르치는데 한국문학 모르면 안 된다고. 그리고 한국의 시문학을 알기 위해서 번역을 하면 어떨까. 그 교수가 구상 선생과 옛날부터 관계가 있어서 소개하셨어요.

박인규 : 처음 접하신 한국문학작품이 구상 선생의 시였고..

안선재 : 구상 선생부터 번역하기 시작했어요.

박인규 : 저희들이 보통 말할 때는 산문보다 시를 번역하는 게 사실 더 어렵다고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안선재 : 더 재밌어요. 소설이면 100에서 200페이지, 많게는 300페이지까지 번역해야 되는데, 시 한 편, 재밌게. 그리고 너무 어려운 책이면 안 되니까. 물론 구상 선생 아주 심플하고 아름다운 시 많이 쓰셨기 때문에 아주 좋은 시작이었어요.

박인규 : 어떤 분들은 이런 얘길 하던데요.. 김광규 시인의 시 중에 '효자동 친구'라는 시. 그걸 번역할 때 A good son. 하나의 좋은 아들. 효자동 자체가 착한 아들이란 뜻이니까. 굉장히 의역을 잘 해서 시를 살리신다는 말씀을 하던데요.

안선재 : 그런 얘기가 있죠.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래야겠다고. 효자동 미국에서 누가 알아요.. 그래서 그 안에 있는 뜻을 보고, 번역할 때 새로 창작하듯이 조금 여유있게, 그래도 진실하게 해야지요.

박인규 : 26권을 주로 시집을 많이 번역하신 거죠?

안선재 : 그런가봐요.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획은 없었고 그냥 인연으로 나타나는 작품이나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사실은 소설을 많이 보는데 주로 시문학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시가 문학의 중심이에요. 제일 순수한 분야에요.

박인규 : 외국에서도 안선재 교수님의 번역을 보고 상당히 훌륭한 번역이다. 한국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예를 들면 앨런 긴스버그도 극찬했다는데 맞습니까?

안선재 : 앨런 긴스버그가 고은 선생 시를 보고 그 변역된 시를 미국 시인들을 위한 모범이라고

박인규 : 그게 고은 시인의 선시. 뭐냐.. 영어로는 비욘드 셀프.

안선재 : 우리는 그 제목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출판사가 선택했고 저는 what. 내년 재판할 때 what으로 나와요.

박인규 : 긴스버그 시인이 번역이 훌륭하다고 칭찬한 이유는 어떤 의미에서일까요?

안선재 : 아마도 시를 보면 번역된 시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있는 시, 재밌는 시로.

박인규 : 말하자면 서양인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선재 : 물론 긴스버그도 불교 잘 알고 티벳에 관심이 있었는데, 긴스버그 뿐만 아니라 미국 시인들 고은선생 시를 보고 와!!! 만인보도 아주 좋아해요.

박인규 : 만인보도 번역하셨군요. 지금까지 나온 게 제가 알기론 25권인가 되는데 다는 안 하셨고.

안선재 : 지금 나온 것은 작년에 나왔는데 1권에서 10권까지 골라서 번역하고, 지금도 계속 번역하고 있어요. 나중에 또 나올 거예요.

박인규 : 안선재 교수님은 대학에서 서양문학에 대한 깊은 조예가 있으실 텐데 그런 눈으로 한국문학을 봤을 때 한국의 독자들이 보는 것과는 다를 것 같아요. 말하자면 서양문학에 정통한 분으로서 한국의 특히 시를 봤을 때 특징이나 다른 점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안선재 : 사실 현대문학을 보면, 현대 미국 영국의 시.. 엘리엇부터 보통사람들 너무 어려워서 못 봐요. 무슨 얘기 하는지 알 수 없어요. 한국의 시는 바로 이것이에요. 사람들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시들. 진실함, 소박함, 삶과 시의 일치. 아름답게 삶의 향수를 보여주는 시. 특히 구상도, 제가 구상 선생을 번역했을 때 대부분 평가를 볼 때 구상의 시는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국에 나왔을 때 어! 구상도 국제적인 시인이 됐다. 그러고 있었는데..

박인규 : 진실하고 의미가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안선재 : 사실 번역하면 외국에서도 시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좋아해요

박인규 : 이런 질문은 진부해서 어떠실지 모르지만, 많은 한국 독자들이 우리도 지금쯤은 노벨문학상을 받을 때가 된 게 아니냐. 인도, 일본, 중국도 받았는데, 그래서 고은선생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번에도 기대가 많았어요. 어떻습니까? 한국문학이 노벨상을 받을 만한지 아닌지...

안선재 : 가능성 있어요. 하지만 노벨상은 한 사람밖에 받을 수 없어요. 그리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세계 작가들 중 몇 백 명 있잖아요. 그래서 기다리라고.. 알 수 없어요. 이번에 안 받았지만 내년에 희망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난 노벨상을 어떻게 선택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어요. 너무 신비스러우니까..

박인규 : 노벨문학상의 수상기준이 꼭 받아들일 만 한 건 아니라는 뜻이신가요?

안선재 : 배경, 정치적인 것, 복잡한... 다른 생각도 있을 수 있죠. 터키 작가를 선택한 것은 이제 EU와 터키의 복잡한 관계, 터키 사회 안의 보수적인 것과 좀 더 리버럴한 입장. 그런 것도 있어요.

박인규 : 말하자면 문학 외적인 이유도 많이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또 이런 말들을 많이 해요. 우리나라 작품을 세계에 알리지 못했기 때문에 노벨상을 못 받는 게 아니냐. 우리나라 작품의 번역작업이 부진하다, 더 많이 해야 된다는 지적도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안선재 : 다행히도 한국문학 번역은 지금까지 양에 치중했는데 이제는 질. 왜냐 하면 사실 사람들이 몰라요. 어느 정도 번역 출판이 됐는지. 작년 1년 동안만 30권 이상 나왔어요. 보통 10권, 15권이 나왔어요. 작년에 해외에서 영어번역이 30권 나왔어요. 너무 많아요 사실. 헝가리, 폴란드 그런 나라는 영어번역이 1년 안에 두세 권 나와요. 우린 30권. 그래서 그건 아니에요. 그리고 대부분 미국, 영국, 영어권에 나오는 작품들이 좋은 작품이고 번역도 잘 되고, 많이 해요. 하지만 시간이 필요해요.

박인규 : 어떤 언론에서 인터뷰 한 걸 보니까, 우리 문학작품이 영어로 번역돼서 세계에 알려지지 않아서라기보다는 국내의 작가들이 세계문학의 흐름을 잘 모르는 게 아니냐. 오히려 세계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 작업이 부진한 게 문제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어요.

안선재 : 저는 자주 그런 얘기해요. 사실 오늘날 세계문학의 흐름이 있어요. 미국, 영국 작가들이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동양 작가들. 여러 가지로 자기 나라, 자기 아이덴티티, 그리고 그 나라 그 사회의 문제를 문학을 통해서 표현하는데 제 제일 큰 걱정은 한국문학.. 특히 소설 중편을 보면 어쩔 땐 재미없어서 닫고. 말하는 방식과 테크닉, 안에 있는 인간, 시추이에션. 너무나 문제점만 나오고. 어렵게 살고 제대로 못 사는 사람들. 이걸 좀 재밌게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때는 걱정이에요. 특히 코리아타임즈 번역상 심사할 때 15~20개 들어오는데 어떤 때는 이 어려운 번역 오랫동안 했는데 내가 번역할 할 만한 작품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인규 : 재미가 없다는 건, 말하는 방법이 세계적인 흐름과는 차이가 있습니까?

안선재 : 있나 봐요. 이제는 사실 엔터테인먼트에요. 사람들이 재밌게 즐기는. 물론 우리나라, 많은 나라 사회에 문제가 많고 사회문제가 나와야 하는데, 그래도 항상 문학은 사회문제를 비판하고 독자들을 재밌게 하는 게 같이 있어야 진짜 성공된 문학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한 10년 전인가 고은 시인이 외국에 갔다 오셔서, 그동안 우리가 우리 얘기만 너무 많이 했다. 우리만 한이 많을 줄 알고, 나가 봤더니 우리만큼 고생한 자들도 많더라. 세계를 보자. 그런 얘길 하셨는데 안교수님 말씀은 아직도 한국사람이 너무 자기문제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취지라고 봐야 되나요?

안선재 : 그런 문제점이 있잖아요. 그리고 한류 한류 한류. 서로 주고 받고, 익스체인지 커뮤니케이션 그런게 있어야 하는데, 국내 출판사들 해외에서 출판된 소설을 번역 출판 안해요, 안 팔린다고.

박인규 : 안교수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우리 문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세계의 문학의 동향을 열심히 봐야겠군요.

안선재 : 그리고 특히 우리 젊은 작가들이 많이 나가서 돌아다니고 영어 잘 하고, 다른 나라 작가들 좀 만나고 이렇게 하면 그들의 작품도 영향을 받고. 미국, 영국 아니고 다른 나라.

박인규 : 우리 것을 알리기 위해서 노력도 해야 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또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도 열심히 봐야 되겠다. 지금부터는 좀 개인적인 질문도 드려볼까 합니다, 안교수님은 원래 영국인이신데, 그 좋다는 옥스퍼드 대학을 나오셔서 프랑스에 있는 테제 수사공동체에 들어가셨어요. 어떤 특별한 연유가 있으신가 궁금하기도 하네요.

안선재 : 제 고향 영국 서남쪽. 영국의 목포, 영국의 호남 출신인데 영국 사람들은 사실 옛날부터 영국을 잘 떠나요. 그리고 어려서부터 교회, 성당을 다니는데 이 프랑스의 테제 마을에 있는 테제 공동체, 젊고 새로운 공동체인데 1940년. 그래서 옥스퍼드에서 공부하면서 파리에 가서 몇 개월 동안 살고 연구했는데 그때 테제를 처음 방문해서 보고, 아 이것이다. 대학교 교수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러한 특별한 희망이나 교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테제 가서 같이 살고 같이 기도하고 일하고 환영하는 그 공동체를 보고 아, 이것이다. 난 여기 가야겠다고... 부르심, 삶의 의미다. 그래서 69년 마지막 논문심사를 받다가 얼마 후에 프랑스 테제에 갔어요.

박인규 : 수사공동체라면 남자 분들만 모여서 생활하시는 건가요? 저희는 수녀원이 보통 수녀 분들이 모여 있는데...

안선재 : 남자 수녀에요. 신부가 아니고 같이 살고 독신생활하면서 기도하고, 나눔의 삶.

박인규 : 69년도에 테제 공동체의 수사가 되셨다가 80년도에 한국에 오셨습니다. 어떻게 해서 오시게 됐습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안선재 : 70년에 김수환 추기경이 한 번 우연히 테제를 방문했어요. 그 분이 와 계시는 걸 아무도 몰랐어요. 하지만 기도 시간에 갑자기 한국 교회, 한국 백성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고 우리는 한국을 위해서 자주 기도하고 있다. 한국 위하여.. 그때 유신, 상당히 어려웠을 때. 그래서 너무나 놀랐고, 몽블랑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 후에 계속 수사를 오면 좋겠다고. 우리 테제 공동체는 세계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공동체고 같이 평화, 화해, 신뢰를 찾는 공동체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화합, 화해, 신뢰, 기도하는 모습 좀 보여주면 좋겠다고 초청하셨어요.

박인규 : 70년대에 한국을 위해서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고 김수환 추기경이 한국에 왔으면 좋겠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80년대는 한국으로서는 그야말로 격동과 비극의 해였는데 그 전에 파란이 많았죠. 80년대에는 군사독재 정권이었고, 민주화가 됐고. 27년이니까 안교수님 생애의 3분의 1 이상을 한국에서 보내셨는데 80년에 오신 이후로 한국의 변화상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안선재 : 복잡하죠. 80년에 왔을 때 벌써 사람들이 발전 발전 발전, 돈 돈 돈, 항상 보다 큰 건물, 도시로 도시로. 그래서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가 없어지고 전통건물이 없어지고. 국제적으로 서양식, 어디 가든 스타벅스나 햄버거. 하지만 판소리와 된장찌개가 없어지면 어떻게 살 수 있나. 그래서 항상 걱정이에요.

박인규 : 한국사람들이 자기의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보다는 발전에 너무 치중한다.

안선재 : 너무 쉽게 버리고

박인규 : 국악, 판소리, 된장찌개 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서양인의 입장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하시면 어떤 느낌이십니까?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안선재 : 한국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시골 마을. 처음 왔을 때 아직도 그때... DMZ에 가면 초가집이 몇 개 남아 있었어요. 물론 박정희 정권 때 다 없어졌는데 아직 볼 수 있었어요. 마지막 그것. 그 한국의 경치를 바꾸고 이제는 물론 아파트...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아름다움. 각 나라마다 특이한 뭔가가 있어요. 수백 수천 년 동안 내려온 가치관, 그리고 사는 방식, 음악, 여러 가지 문화.. 언어. 이게 너무 쉽게 없어지면 안 돼요. 유니포마이징(uniformizing). 획일화 되는 게 세계적인 문제에요. 어느 정도 보호해야 하는데

박인규 : 발전하는 것도 좋고 서구화 되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자기 문화의 다양성과 특징을 지켜야 한다. 94년도에 한국인으로 귀화하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안선재 : 벌써 12, 13년 동안 한국에 계속 살고, 한국사람들 미국 가면 미국 여권 나오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저도 여기 와서 살고 일하는데 여기 투표도 할 수 있으면 좋고. 그리고 계속 외국인 외국인, 너무 쉽게 외국 외국. 아이들도 저를 보면 미국 미국. 저도 함께 참여하고 싶고 있고 싶다..

박인규 : 선재라는 건 제가 알기론 화엄경에 나오는 선재동자에서 따오신 거라고..

안선재 : 제가 귀화할 때 구상, 고은, 잘 아는 분들이 이름을 지어 주려고 노력했는데 원래 안토니는 안선희. 안선희는 여자 이름이기 때문에 갑자기 안선재. 선재동자, 불교의 어린 나그네, 세상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마다한테서 가르침, 진리를 알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사는데 의미있다. 이렇게 안선재로..

박인규 : 내년 2월이면 정년퇴임을 하시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문학작품의 영역작업은 계속 하실 테고, 특별히 다른 계획이 있으십니까?

안선재 : 계속 해야겠쬬. 고은 선생이 계속 만인보를 쓰시는데 끝이 없어요.

박인규 : 마지막으로, 그동안 적지 않은 한국문학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서 해외에 소개시키셨는데, 혹시 한국의 작가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랄까요? 세계인과 대화하기 위해서 한국의 작가들에게 필요한 건 이런 게 아닌가 하는 말씀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선재 : 저는 오히려 감사하다는 얘길 하고 싶어요. 한국 작가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썼고, 제가 번역하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에요. 번역이 안 되면 세계 사람들이 못 보니까 봉사하는데, 제일 중요한 건 한국의 작가들이 작품을 썼기 때문에, 그래서 희망하는 것은 앞으로도 젊은 작가, 원로 작가들도 이렇게 번역할 만한 작품을 많이 좀 쓰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통, 아름다움... 한국문학의 특징은 바로 그것이죠. 고통 속의 아름다움. 고통이 있어도 아름다운 천상병의 귀천 같은 시. 그 깊은 고통에서 나온 시인데, 얼마나 아름다운 시인지. 그걸 생각해 보면 한국문학의 특징은 바로 그것이잖아요.

박인규 : 안선재 교수께서는 좋은 작품을 써준 한국 작가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안선재 교수가 번역한 작품을 쓰신 작가들은 또 안선재 교수님한테 고맙다는 말씀을 할 것 같구요. 이제는 사실 한국인이 되셨으니까 아까 말씀하셨던 한국인이 잘 모르고 지나가는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이랄까, 그런 것에 대해서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국문학의 해외전도사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안선재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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