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는 '국군부대의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견 동의안'에 대한 배경 설명 과정에서 레바논의 위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처럼 '뜻밖의 해설'을 내놨다.
"주요 갈등 상황은 수도인 베이루트 주변에서 이뤄지고 남부는 안전하다"는 말은 레바논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설명이다. 레바논 정세는 깊이 알지 않아도 된다. 간단한 검색 몇 번 해 봐도 당국자의 말에는 반박의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7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민간인 60여 명이 사망한 '카나 마을'을 찾아보자. 레바논 남부다.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 명분이 된 병사 납치 사건이 일어난 곳도 바로 남부 접경지대 자리트다.
이슬람 시아파 주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레바논 남부에는 지난 1982년부터 2000년까지 18년 간 이스라엘 군이 주둔하기도 했다. 이를 주민의 저항으로 이스라엘군을 간신히 밀어내고 나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이번에는 헤즈볼라의 지역적 기반으로 '찍혀' 표적이 된 남부는 명실상부한 레바논 최대 분쟁지역인 것이다.
레바논 남부는 과거 갈등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안전 또한 담보될 수 없는 지역이다.
이스라엘군은 7,8월 34일간 계속된 전쟁에서 120만 발이 넘는 집속탄을 쓴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중 터지지 않은 100만 발의 불발탄이 남부에 고스란히 잠자고 있다.
집속탄은 폭탄 하나가 수 백 개로 쪼개지면서 폭발하기 때문에 대량 인명살상의 우려가 커, 이 지역에서는 수확기를 맞은 올리브 농장에조차 주민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 최근 레바논을 다녀온 파병반대국민행동 기획단원인 김광일 씨의 전언이다. 현재까지 불발탄 사고로 인한 남부지역 민간인 사망자만 26명이라고 한다.
이처럼 현지 상황을 슬쩍만 훑어봐도 "남부라 안전하다"는 당국자의 설명은 '궤변' 이상으로 들어줄 수가 없는 것이다. 특전사를 보내면서 '평화유지군'이란 미명을 갖다 붙인 아이러니 이상이다.
특히 이날 브리핑에는 PKO 파견을 앞두고 레바논 시찰을 다녀왔다는 실무자까지 배석해 있었기에 기자는 외교부의 '안전한 남부' 주장을 안이하다고 해야 할지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조차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그 때 김광일 씨가 문자 메시지로 정답을 알려줬다.
"아마 그 실무자는 남부가 무서워서 못 가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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