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부동산 정책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소'는 잃은 지 오래지만 '투기 방조당'이라는 딱지를 떼어내지 않고는 여론의 뭇매를 견뎌낼 수 없으리라는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다.
열린우리당은 22일 이미경 상임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부동산 대책 및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특위(부동산 대책 특위)' 1차 회의를 열고 정부의 11.15 대책 보완책을 논의했다.
김근태 "판을 바꿔야 한다"
일단 특위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정부 및 당내 정책위 라인과는 각을 달리 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당 내에 경제관료 중심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정부의 11.15 대책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역부족이라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 모두 발언에서 김근태 당 의장은 "질 좋고 값싼 대규모 공급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관점을 바꾸면 해법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일부 건설족과 이를 비호하는 일부 세력이 누구인지 투명하게 드러나야 한다"면서 "부동산 정책을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운영하는 일부 경제 관료가 있는 듯하다"며 "이들이 그러지 않도록 책임 있는 요구와 주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미경 위원장도 "정부와 긴밀하게 의논해가겠다. 그러나 여당이라고 정부 정책을 감싸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김 의장은 정부와 당 관계자의 입단속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비대위에서 "당직자들의 신중한 처신을 당부한다"며 "본인 해명에 의해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것으로 밝혀졌으나 일부 당직자가 보유세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어 유감이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완화를 시사한 변재일 의원에 대한 공개경고다. 김 의장은 "한나라당조차 보유세 완화를 검토하다 투기세력 비호당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며 종부세 하한액을 상향조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부동산 대책 특위 1차 회의에서도 김 의장은 "대통령께서 국민에게 약속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도 일부 정책 책임자가 뉘앙스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토지임대부 분양제도 등 여야 함께 논의"
특히 부동산 대책 회의에서 김 의장은 △분양원가 전면공개 △환매조건부 분양제도, 토지임대부 분양제도 △지자체와 정부기관의 고분양가 방조 의혹 확인 등을 세 가지 대책을 공식 제안했다.
김 의장은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분양원가 공개를 3년 동안 실행하지 못했다"며 "이미 약속한 분양원가 전면 공개를 더 이상 미룰 어떠한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환매조건부 분양제도나 토지임대부 분양제도에 대해서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실현할 수 있는 상당한 제도"라며 "이들 제도를 전면 시행하는 방안과 현실화 경로를 알려 달라"고 말했다.
이미경 위원도 "며칠 전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제안한 토지임대부 주택분양제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위원회는 이들 제도를 비롯해 여러 방안에 깊이 있게 검토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같이 의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당은 각 정당이 대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여야 공동의 부동산 대책기구 구성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날 김한길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제안한 국회 내 부동산 특위 설치나 민주노동당의 5당 원내대표회담, 손학규 전 지사의 '여야정 공동협의회' 등을 거론하며 " 어떤 형식으로 야당과 정부, 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부동산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햇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