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유승희, 최재천 등 열린우리당 의원 90명은 21일 정부의 자이툰 부대 철군계획서 제출을 당론으로 촉구하자는 제안서를 발표했다.
"철군 시한은 상식적인 기준에 맞춰야"
이번 제안서 제출을 주도한 임종석 의원은 "이라크 파병은 이제 그 역할을 다 했다. 지금 자이툰 부대에게 필요한 것은 연장 동의안이 아니라 철군계획서"라며 "이런 조건에서 정부가 파병 연정을 위해 2007년 예산안에 1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하고 자이툰군 모집공고를 제출한 것은 국제여론과 국민들의 걱정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철군 시한과 관련해 "서명한 의원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임의로 기한을 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상식적 기준에 맞춰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상식적 기준이라면 외국 사례를 생각하면 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과 이탈리아의 사례를 들며 "이들이 미국과의 동맹에 금이 갔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임 의원은 "한국보다 1년 늦게 파병했던 미국 최고의 동맹국인 일본이 올해 7월 평화재건 활동의 완료를 선언하며 철군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임 의원이 언급한 외국 사례는 지난 7월 철군을 완료한 일본이나 오는 12월까지 철군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이탈리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지난 6월 철군방침을 밝힌 뒤 한 달 만에 5500여 명 육상자위대의 철군을 완료했다. 이라크에 1875명이 주둔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지난 6월 로마노프로디 총리가 올해 말까지 완전히 철군할 계획을 밝혔다.
이탈리아 외에도 철군계획을 밝힌 국가는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등으로 각각 올 12월과 내년 4월을 시한으로 상정하고 있다.
"파병연장안 동의 여부는 각자 의원들 생각대로"
그러나 정부가 이같은 전면적 철군에 가까운 철군계획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당과 정부 사이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또한 서명에 동참한 여당 의원들 내부에서도 철군 기한과 관련한 명확한 공감대가 존재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선 임 의원도 "각자 의원들의 생각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인정했다. 게다가 정청래 의원은 "철군계획서를 첨부하더라도 파병연장안에 동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어떤 형태의 파병연장안에도 반대할 뜻을 명확히 했다.
이처럼 서명의원 90여 명 사이에는 '철군 계획을 내라'는 것 외에 그 어떤 구체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결집력을 가질지 불투명하다. 정부가 허울뿐인 철군계획서를 내놓을 경우 이번에 서명한 90명의 의원들이 각론에서 지리멸렬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당 내에는 여전히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파병 연장파들이 적지 않고, 한나라당은 여당의 입장정리를 기다리며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상태여서 이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23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철군계획서 제출요구 등의 사안을 논의하고 이라크 파병 연장동의안과 관련한 당론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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