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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라크 파병 대가 '북핵 해결' 약속 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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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라크 파병 대가 '북핵 해결' 약속 어겨'

파병-북핵 연계론 허구 드러나나?

미국이 이라크 파병의 대가로 우리 정부와 약속했던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을 끝내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라크 파병은 북핵 문제의 진전을 가져온다'는 파병 창성론자들의 명분은 '희망사항'에 불과했음이 증명된 셈이다.

이같은 사실은 2004년 11월 4일 문정인 당시 동북아시대위원장과 1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토론한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통해 밝혀졌다. <경향신문>은 '2004년 미국 대선 결과와 한미관계'라는 강연 내용을 13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문 위원장은 "지난해(2003년) 10월 18일 우리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결정했고 20일에 부시 대통령이 방콕(APEC 정상회의 기간 중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화답을 해줬다"고 밝혔다.

미국이 원하던 한국의 이라크 파병 약속에 대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화답'의 내용은 북핵을 '우크라이나 모델'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모델은 핵포기와 '안전보장·경제협력'을 '동시에' 이행한다는 것으로, 구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에 집중 배치된 핵무기 제거를 위해 1994년 우크라이나가 미국·러시아·영국 등과 체결한 '다자간 합의각서'에 담긴 핵심 내용이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검토해 온 안전보장 제공 관련 방안을 문서로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고, 한미 양측은 '다자틀 내에서 대북 문서 안전보장'에 합의하는 동시에 '이라크 추가 파병'도 합의했다.

깨어진 약속…물 건너간 북핵 해결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약속은 한미정상회담 후 4개월 뒤인 2004년 2월에 열린 제2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북핵 해결의 방안으로 '우크라이나 모델'이 아닌 '리비아 모델'을 내놓음으로써 깨졌다.

리비아 모델은 핵 보유 혹은 개발 국가가 일방적이고 선제적으로 핵을 포기할 경우 사후적으로 그에 대한 보상을 한다는 것으로 '동시 이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문 위원장은 이같은 비화를 소개하며 "(다자간 서면 안전보장에 대해) 북측이 처음에는 '웃기는 장난을 하지 말라'고 했다가 이틀 후에 입장을 바꿔서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며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니까 미국에서 턱하니 내놓은 안은 리비아 모델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6자회담에서 이같은 방안을 제시하자 북한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따라 북핵문제는 2차 6자회담뿐만 아니라 그해 6월 있었던 3차 회담에서도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그후 이듬해인 2005년 7월까지 13개월간 회담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문 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에게 (다자간 서면 안전보장을) 말했을 때 진심으로 얘기한 것이다"며 "(부시 대통령의 말은) 미 국무부의 얘기를 받아서 한 것인데 시행 당시에 와서는 모두 '나가리(취소)'됐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방식으로 북핵을 다루겠다는 미국 정부의 말만 굴뚝같이 믿고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3200여 명의 자이툰 부대를 파견한 것이다.

문 위원장은 "지난해(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을 했을 때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병하고, 미국에 가서 친미적 발언을 다했고 미국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고 얻어낸 게 뭐냐"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에게 부시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전혀 없다. 벌써 약속을 세 번이나 크게 어겼다"며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들어간 주한미군 재배치 감축문제를 상황 봐서 신축적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일방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어겼다는 약속은 △파병에 대한 대가로 북핵 문제를 우크라이나식으로 해결하는 것과 △주한미군 재배치를 신축적으로 하겠다는 것 등이다. 문 위원장은 깨진 약속 중 나머지 하나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파병-북핵 연계는 청와대 내부의 '복심'"

그러나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몸 담았던 한 인사는 13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우크라이나 모델을 연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계속 리비아식 모델을 얘기했던 정황으로 미뤄볼 때 우크라이나 모델을 약속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

파병-북핵 연계론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미국이나 우리가 공식적으로 파병과 북핵을 연계해서 말한 적은 없다"며 "하지만 우리 내부적으로는 파병해서 북핵 해결에 좋은 조건을 만들자는 '복심'을 갖고 있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 전 파병과 우크라이나식 북핵 해결이라는 '빅딜'을 논의하고 있던 2003년 8월 8일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은 "미 행정부가 서면보장을 해주고 의회가 이를 결의하는 형식"으로 대북 안전보장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전 NSC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미국도 우크라이나 모델에 대해 긍정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이같은 반응에 고무된 우리 정부는 이라크 파병을 적극 추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국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유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끝내 그러지 않았고 ,자이툰 부대는 약속대로 이라크 아르빌로 파견되어 올해로 주둔 3년째를 맞고 있다.

이 문제가 13일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자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과 북핵 안전보장이 패키지로 교환된 바 없다"며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대화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지 합의는 아니었다"며 문 위원장의 말이 '개인적인 해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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