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좌파 지도자를 대표하는 다니엘 오르테가 산디니스타 좌파 세력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짐에 따라 북한은 흐뭇함을 감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르테가가 집권하게 된다면 중남미에 쿠바-니카라과-베네수엘라로 이어지는 반미전선이 구축된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든든한 우군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북한은 지난 9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급파해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을 비난하면서 북핵문제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또 북한은 지난해 말 브라질에 대사관을 개설했으며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과 최수헌 외무성 부상, 무역성 대표단 등을 잇달아 중남미에 파견해 이들 국가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핵문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는 가운데 중남미에서 잇단 반미 정권의 출현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돼 한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동맹 외교에서 새로운 출로를 찾으려고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과 오르테가 후보자의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1979년 8월21일 소모사정권을 전복시킨 오르테가가 이끄는 산디니스타 신정부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설정했다.
수교에 앞서 북한은 소모사정권 축출의 모체였던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무장투쟁을 오랜기간 직ㆍ간접으로 지원했으며 상당량의 무기류와 군사고문단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북한은 오르테가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그가 대통령에 오르기 전인 1983년 3월과 1986년 9월 두 차례 평양에 초청하기도 했다.
또 니카라과 대통령 선거 전인 1990년 2월 북한방송은 니카라과 민병절 10주년 기념방송를 통해 "북한과 니카라과의 인민은 미제를 반대하는 한전선에서 어깨걸고 싸우는 친근한 혁명전위이며 계급적 형제"라고 역설해 산디니스타 좌익정권과의 친선협력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오르테가 후보가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는 만큼 과거같은 북한과 니카라과의 관계가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라면서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반미정권이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반가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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