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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의 '억울한' 반미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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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의 '억울한' 반미 낙인

'적극적 협상가' 일화가 '미국에 대들었던' 증거로

외교통상부 장관에 내정된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대한민국 반미(反美)의 상징인가?
  
  최근 몇 가지 발언이 거두절미되어 국내 언론에 보도되면서 보수적인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송 실장이 마침내 미국 언론에 의해서도 '반미주의자'로 낙인찍힌 듯하다.
  
  <뉴욕타임스>는 1일 한국의 외교안보팀 개각에 대해 "이번 개각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에 내정한 것"이라며 "최근 미국을 역사상 가장 호전적인 국가라고 묘사하는 등 이른바 반미발언을 함으로써 국과 미국 양국에서 분노를 야기했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노 대통령이 송 실장을 외교부 장관에 지명한 것은 미국을 반대한다는 상징으로 보일 수 있다"는 백진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의 여러 언론들은 3일 뉴욕타임스를 받아쓰면서 송 실장의 장관 임명이 '한미관계의 새 불씨'라느니 '한미공조 균열 조짐'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문제가 됐던 송 실장의 최근 발언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전쟁을 많이 한 나라" "유엔에 운명을 맡기면 자기 운명을 포기하는 것" 등이다.
  
  국내 보수언론들은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한미동맹에 해를 입혔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의 안보실장이 유엔을 무시했다'며 시비를 걸어오고 있다.
  
  송 실장의 장관 내정 사실이 발표된 다음날 <조선일보>는 그가 현 정부에서 차관보에서 장관급 안보실장으로 파격 승진된 후 "사람의 DNA가 바뀐 것 같다" 혹은 "외교부 장관 자리가 가시거리에 들어오면서 생긴 변화"라는 평이 나온다고 기사를 썼다.
  
  "대북정책과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에서 '자주'를 강조하는 노 대통령과 '386실세'들에게 철저히 코드를 맞췄다"고도 했다.
  
  송민순의 DNA는 무엇인가?
  
  이같은 보도가 잇따르자 송 실장이 어떤 인물인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해도 너무 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송 실장만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국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문데 언론들이 정권 때리기의 일환으로 송 실장까지 물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송 실장은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외교부의 정서와 딱 맞는 대한민국 외교관료 중 한 사람"이라며 "그런데 반미라고 욕을 먹는 것은 정말 억울하고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진보적인 입장에서 보면 송 실장은 정통 외교관료로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며 "정권을 때리려다 보니 정부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라면 모조리 데려다가 낙인을 찍는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기의 소신이 혹여 다르더라도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것은 고위 공직자의 당연한 소임"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코드맞추기라고 도매금으로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는 '호평'의 대상이었던 '커널 송'
  
  송 실장의 대미 인식을 설명하기 위해 언론들이 소개하는 과거 행적은 세 가지다.
  
  2000년 북미국장 시절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300km로 늘린 한미 미사일협상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2차 협상을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미국을 강하게 압박·설득한 일이 첫 번째 일화다.
  
  두 번째는 과거 그가 수석대표를 맡은 대미협상에서 책상을 치며 미국에 대해 언성을 높여 미국측으로부터 '커널(colonel. 대령) 송'이라는 별명을 얻은 일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지난해 9월 4차 6자회담에서 미국을 설득하고 때로는 압박하며 9.19공동성명에 서명케 했던 일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송 실장에 대해 '협상력이 있다' '적극적이었다'고 호평하던 언론들이 이제는 이런 일들을 거론하며 '미국에 대드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며 "아무리 미국이라 하더라도 협상에 임해서는 각종 전술을 동원해 최선을 다하는 게 외교관의 본분인데 그런 것도 하지 말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외교부 전성시대가 더 문제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자 현 정부의 전직 관료였던 한 인사는 "외교안보라인이 송 실장 '원톱체제'가 되면 그렇잖아도 문제였던 '외교부 전성시대'가 더 강화되는 것"이라며 송 실장의 이른바 '반미'가 아니라 '친미'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동맹만 중시하고 대북 포용정책에는 무게를 덜 두는 외교부가 외교안보정책을 장악함으로써 미국이 뜻하는 방향으로 더 흐를 수 있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판국에 '반미주의자 송 실장' 운운하는 것은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한편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 연구실장은 뉴욕타임스에서 왜 이런 기사를 썼는지에 대해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백 실장은 "뉴욕타임스가 송 실장의 과거 발언을 맥락도 모르고 보도했다는 것은 미국인들이 우리 정부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의 일단을 보여준 것"이라며 "송 실장의 말이 아무리 거두절미 됐지만 미국인들은 그런 표현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한미관계에 대해 내놨던 불필요한 발언들이 쌓여서 이미지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백 실장은 이어 "송 실장 개인으로 볼 때는 정말 억울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에 대해 너무 기가 죽어서도 안 된다"며 "의도적이건 아니건 나쁘게 얘기하자면 언론의 '송민순 길들이'의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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