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자회담 복귀 소식을 접한 일본 정부의 반응이 영 떨떠름하다. 아베 정권이 들어선 직후 의욕적으로 동북아 외교전선에 뛰어들었지만 6자회담 재개가 합의된 결정적인 3자회동에는 초대받지도 못한 데에다가 회담 재개 소식이 전해지기 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은 북한과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할 수 없다'고 천명하기까지 해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환영논평 말미에 "핵 포기 이전까지 대북제재는 해제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음으로써 불편한 기색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北 물품 수입-선박 입항 금지, 日 제재 계속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은 1일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며 "북한이 핵 폐기 약속을 지킬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은 우리의 (제재)결정을 조용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더라도 일본의 대북 제재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셈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1일 다른 관련국들에게 '부담'을 주겠노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결의안이 채택(14일)되기도 전에 북한물품 수입과 북한선박의 입항을 전면 금지하는 독자 제재안을 발표한 바 있다.
아소 타로 외무상도 이날 오전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일본의 독자 제재를 기본적으로 계속한다"고 밝혔다.
아소 외상은 6자회담 전망과 관련해서도 "6자회담은 핵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방안이지만 협의가 된 조건을 아직 모른다"며 협의가 재개된 후에도 교섭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도 한 목소리를 냈다. 자민, 공명 양당 간사장, 정조회장 등은 이날 회담을 통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본적으로 환영하지만 북한의 핵보유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일본의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다.
아베 첫 '동북아 외교'…성적은 '회담 배제'
그간 6자회담 관련국 중 북한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견지했던 일본 정부의 관료들이 6자회담 재개에 환영하기 보다는 '제재 계속' 방침에 무게를 두고 나선 것은 갑작스런 '대화 무드'에 표정관리가 안 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미-중-북의 전격적인 대화 협의는 취임한 지 이제 한 달이 된 아베 신조 총리 개인의 리더십에도 흠결로 남을 수 있다.
총리 취임 직후 동북아 외교에서 실패한 고이즈미 전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의욕적으로 한국, 중국 순방길에 올랐지만 북한의 핵실험 타이밍과 맞아 떨어져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데에다가, 순방의 성적표마저 10월 31일 3자 비공식 회동 '배제'로 나오자 '유연한 외교' 자체에 반대했던 국내 극우파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북-미간의 '대화무드'를 파악하지 못하고 대북제재에 솔선수범하고 '핵 포기 전에는 협상 테이블에도 마주할 수 없다'는 강경 발언을 일삼는 등 '고지식한 외교'를 했다는 점에서는 아베 정권을 지지하지 않았던 현실주의자들의 공감 또한 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미국의 주간 <타임>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선언으로 중국은 '연승'을 올렸고 일본은 '낭패'를 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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