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중인 탕자쉬안 국무위원이 19일 오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후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밝혀져 어떤 대화가 오갔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확인하고 김 위원장과 탕 특사가 핵실험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류 대변인은 또 탕 특사의 방북에 다이빙궈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부부장이 동행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고위 관리 중에서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3명이 평양행에 총출동했다는 것은 후 주석이 이번 특사 파견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류 대변인은 "이번 방문이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쌍방이 한반도 정세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그는 후 주석의 구두 메시지 내용이나 김정일 위원장의 반응, 양국 간에 어떤 합의가 도출됐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하고 탕 특사는 "일을 마치는 대로 귀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탕 특사가 평양으로 떠난 시간은 18일 오후였다. 따라서 이날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평양에 도착한 지 하루도 안 돼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미사일 시험발사 후 사실상의 특사 자격으로 후 주석의 친서까지 휴대하고 방북한 후이량위 부총리를 5박 6일 간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와 비교해 볼 때 김 위원장이 탕 특사를 이처럼 빨리 만난 것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탕 특사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지난 주 러시아와 미국을 돌아보며 들었던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상세히 설명하고 추가 핵실험을 하지 말 것과 6자회담 등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설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사이에 극도의 긴장이 조성된 상황에서 탕 특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중재 노력을 한다고 해도 극적인 대타협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초강경 수단까지 사용한 마당에 미국의 양보 없이 먼저 회담장에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국 역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철저한 이행을 국제사회에 촉구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꿀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탕 특사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분위기를 전하며 김 위원장을 압박하는 동시에 추가 핵실험을 포기하고 회담에 나올 경우 중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인 지원과 외교적인 뒷받침을 약속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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