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트 세메쉬 상가 지역에서 여덟 살짜리 소녀가 목 졸려 숨진 사건으로 다섯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구금되었다. 여덟 살짜리 소녀 리파즈 히미가 수요일 늦은 밤에 수카년 쇼핑센터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사건 때문에, 범죄 현장 근처에 있던 다섯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어제 체포되었다. 경찰은 이번 조사와 관련된 세부 사항 보도를 금하는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나 지역 치안재판소는 이스라엘 체류 허가증이 없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서는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수요일 밤 12시 45분에 신고를 받았다. 그 지역에 불법적으로 체류하는 한 팔레스타인 노동자가 아는 사람에게 전화 걸어 자기가 시체를 보았다고 말했으며,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이 경찰에 신고했다. 시체는 계단 밑에서 발견되었다."
어렸을 적에 우리는 '이스티그마야', 즉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 술래가 찾고 다른 아이들은 숨는다. 계단 밑도 숨기 좋은 장소였다. 숨바꼭질은 아주 재미있다. 술래가 될 아이를 둘러싸고 여자애, 남자애들이 웃고 팔짝팔짝 뛰면서, 속으로는 어디 숨을지 꾀를 짜낸다. 술래가 눈을 감고 숫자를 세면 놀이는 시작된다. 하나, 둘, 그러면 다른 아이들이 조용히 물러난다. 열셋, 열넷, 열다섯, 술래의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어 스물여-섯이 되면 거의 안 들린다.
신문 기사에는 지난 십 년 동안 그 계단 밑에서 잡화를 늘어놓고 팔아온 '이착'이라는 노점상인의 진술이 실렸다. 이착은 말했다.
"이 근처에는 언제나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많지요. 대개는 채소가게에서 일해요. 그러나 말썽이 난 적은 없어요. 전혀. 내가 여기서 장사하는 동안 한 번도 말썽이 난 기억이 없어요."
이착은 확언했다. 침묵.
서른.
눈을 뜬다. 술래는 일어서서, 천천히 주변을 돌아다닌다. 들리는 건 술래의 발자국 소리뿐이다. 그러나 장소는 술래가 눈을 감기 전하고 똑같고 아이들만 없을 뿐이다. 마치 아이들이 자취도 없이 장소에 삼켜져 버린 것 같다. 텅 비었지만 분명히 어딘가 가려진 부분이 있을 공간을 술래는 둘러본다. 침실로 들어가는 문은 열려 있고, 방 한가운데 침대가 있으며, 침대 오른쪽에는 탁자가 있어 그 위에 신문지가 덮여 있다. 창에 드리운 커튼을 뚫고 들어온 희미한 빛이 신문지를 비춘다. 열려 있는 문 뒤, 침대 밑, 책상 밑 깊은 안쪽, 커튼 뒤, 그런 데가 다른 아이들이 숨어 있을 만한 장소다.
<하아레츠> 2006년 8월 5일
"국경 경찰이 움 알 팜에서 수색 영장 없이 아랍계 이스라엘인(팔레스타인인)들의 주택을 수색했다고, 주민들이 말했다. 경찰은 이스라엘에 불법적으로 체류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찾았다. 주민들에 따르면 금요일 아침 일곱 시에 경찰들이 총을 쏘고 고함을 치며 쳐들어와, 어른들의 방이건 아이들의 방이건 몽땅 들쑤셨다고 한다. 수색은 몇 시간이나 걸렸다."
술래는 사람보다는 증거를 찾는다. 술래가 다른 친구들이 숨은 데를 알아채려면 눈을 감기 전과 눈을 뜨고 난 후의 차이를 면밀히 비교해봐야 한다. 문이 조금 더 열리거나 닫힌 정도, 침대 밑에서 비어져 나온 옷자락, 커튼 밑에 보이는 신발 코 따위.
D와 A는 몇 년 전에 결혼했다. D는 1948년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발급되는 파란색 신분증을 갖고 있는 팔레스타인 여성이다. 그 남편 A는 1967년에 이스라엘이 새로 점령한 지역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발급되는 오렌지색 신분증을 갖고 있다. 2003년에 통과된 이스라엘 주민법은, 1948년 점령지의 팔레스타인인과 결혼한 1967년 점령지의 팔레스타인인은 영주 허가도 영주권도 승인해주지 않는다. 이 법에 따르면, D와 A는 같은 장소에서 같이 살 수가 없다. 그들은 지금 A가 살아 온 도시 라말라의 은밀한 장소에서 '불법적으로' 함께 살고 있다. D는 갈릴리에서 친정 부모님과 사는 체해야 한다. 이스라엘 내무부 직원이 조사하러 나올 경우를 대비하여 그녀는 친정집에 자기 방이 있고, 그녀가 거기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친정어머니가 매일 가구의 먼지를 닦고 옷과 소지품들의 위치를 바꾼다.
숨은 아이가 술래를 오래 속일수록, 놀이는 오래 지속된다. 그리고 술래가 여기 저기 오래 헤매면 헤맬수록, 숨은 아이는 숨은 데 오래 머무른다. 들키지 않을 때까지 숨어 있다가, 점차 그 자리에 친숙해지고 안정감이 들어 집처럼 느끼게 된다.
2006년 5월 5일 <하아레츠> 기사는 이어진다.
"노점상인 이착은 자기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밤에는 '집'이 된다고 말했다. 한 팔레스타인인이 계단 근처에 두꺼운 매트리스를 깔고 잔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라말라에서 D가 숨어 있는 장소가 그녀의 진짜 집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치 거기 없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존재로 산다. 전화가 와도 받지 않고 누군가 문을 두드려도 대답하지 않는다.
태초에 우주가 밤과 낮, 하늘과 물, 바다와 육지, 빛과 어둠으로 갈라진 후, 이제 그 테두리 안에 사는 삶은 보이든가 보이지 않는 두 평행적 삶으로 갈라졌다.
이제, 숨은 장소가 그들의 집이 되었으니, D는 다음에는 어디 숨을까? 예컨대 그녀는 시체를 어디 숨길까? 그 노동자는 여자 아이의 시체를 어디에 숨겨야 했겠나?
<하아레츠> 2006년 5월 5일 기사에는, 리파즈의 시체가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깔고 자는 매트리스 위에서 발견되었다고 나와 있다.
그 자리를 시체를 숨길 만한 장소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 치자. 그가 거기서 사는 그 노동자일까? 물론 자기 범죄의 증거를 거기 놔두고 자신은 딴 데로 숨어버린 다른 사람이다.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술래를 속이고 오래 숨으려고 흔히 그렇게 하듯이. 가능한 한 오래, 어쩌면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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