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을 제재하려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15일 통과됨에 따라 북한에 투자를 하거나 무역을 하고 있는 중국 선양(瀋陽)과 단둥(丹東) 등지의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대북제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은행에서 대북송금 업무를 중단했다는 통보를 받거나 중국이 조만간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의 통관을 제한할 것이라는 얘기가 빠르게 퍼지면서 "중국이 안보리 결의안 통과에 앞서 이미 강도높은 대북제재에 착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단둥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고 있는 한 한국인 사업가는 "오늘(16일) 아침 중국의 은행에 북한으로 송금이 가능한 지 여부를 문의했더니 '송금이 중단됐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은행에 와서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고 직원을 은행으로 보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결과 은행측이 자체적인 내린 결정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상부로부터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북한과 그런 거래를 하는 것이 은행의 국제적인 신용에 부담이 될 소지가 커 대북 송금 업무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고 이 사업가는 전했다.
중국 측 은행들의 송금 관련 대북한 업무는 지난 13일 오전을 기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지하자원에 투자하고 있는 단둥의 한 중국인 대북 투자자는 "지난주 금요일(13일) 평양에서 받을 돈이 있어 은행을 통해 송금을 받으려고 했지만 은행 측에서 접수를 거부당했다"며 "오늘까지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단둥의 한 조선족 무역업자는 "중국에 개설돼 있는 북한 사람들의 계좌도 동결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대부분 북한의 무역업자들이 주로 현찰로 거래하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이 단둥에 지사 형태로 세운 사무실에서 개설한 계좌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특히 북중 교역의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단둥해관은 16일까지도 정상적으로 운영됐지만 해관 주변에서는 중국측이 조만간 북한에 들어가는 화물차나 물자에 대해 통관 제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는 사업가들이 바짝 긴장해 있는 분위기다.
북한 출신의 한 화교는 "오늘 해관에 나갔다가 해관 직원으로부터 '앞으로 조선차(북한차)는 단둥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북한으로 물건을 싣고 들어가는 중국차만 통행시키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으며, 2∼3일 이내로 이런 조치가 집행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안보리 대북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북한에 투자를 했거나 무역을 하고 있는 중국의 사업가들 사이에서는 사업계획을 보류 혹은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하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선양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업가는 "공장에서 고용했던 조선 봉제공 100여 명이 사흘 전 본국으로 돌아갔다"며 "이들은 중국에서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 일을 해 왔지만 노동당국에서 더 이상 취업허가를 연장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보따리를 싸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은 외국인의 경우 기술자와 관리원을 제외하고 취업을 할 수 없도록 법이 바뀌면서 비롯된 것이지만 조선이 중국의 말을 듣지 않고 핵실험을 했고 안보리 제재 결의안까지 통과된 마당에 앞으로 조선과의 사업은 상당히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대북무역업자는 "조선에서 수산물을 수입해 제3국에 내다 팔려고 했지만 조선 측 사업 파트너가 중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 사업 계획을 보류한 상태"라며 "조만간 직접 조선에 들어가 사업 파트너를 만나 상황을 파악하고 최종적으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단둥시는 압록강 접경지역에 철조망 공사를 계속 진행하는 등 중국이 대북제재 이후 대량 탈북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단둥지역의 변방수비대는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둥강(東港)시까지 연결되는 강변도로에는 북한과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군데군데 철조망을 설치한 데 이어 북한의 핵실험 이후 압록강 상류 방향에 위치한 후산장성(虎山長城) 부근의 접경지역에도 중국 측이 서둘러 철조망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둥의 한 교민은 "이전까지 압록강 하구 방면에 있는 황금평과 비단섬 등 일부 구간은 중국과 불과 1∼2m 사이를 두고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중국측이 국경을 구분하기 위해 철조망을 세운 적은 없었다"면서 "중국이 최근 강변을 따라 새 도로를 개통하면서 철조망을 함께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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