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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행동, 봉쇄와 제재, 그리고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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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행동, 봉쇄와 제재, 그리고 협상

한반도 브리핑 <25> 북핵 제거를 위한 '옵션' 3가지

핵실험으로 이제 북한은 실질적 핵보유국이 되었다. 13일 동해상에서 방사능이 확인됨으로써 진위 여부와 실패 여부 논란을 빚었던 북한의 핵실험은 이제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사실이 되었다.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행동도 전격적이었지만 이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매우 기민하고 신속했다. 핵실험 이후 일주일도 안 되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결의했다. 그동안의 의장성명이나 권고 수준의 결의안과 달리 이번 1718호 안보리 결의는 분명하고 공식적인 '제재' 결정이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유엔이 취한 최고조의 강제적 집행조치인 것이다.

결국 북한의 핵실험 강행과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가 정면으로 맞부딪치면서 이제 핵문제는 극한적 위기상황까지도 예상해야 하는 국면이 되었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결의안이 나온 14일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입장을 발표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핵실험 이후 우리의 당면한 목표는 바로 북한이 보유하게 된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에 맞춰지고 있다. 국내 여론도 북핵 제거를 위한 방법과 수단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제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보유를 세계 평화에 대한 파괴행위로 간주하고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해 강력한 제재를 결의한 것도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대응 조치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군사적 옵션이 어려운 이유

이처럼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있는 북핵 제거를 당면한 정책 목표로 설정할 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은 냉정하게 3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군사적 조치이다. 군사적 행동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이 조치를 취한다면 북핵 제거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어찌 보면 북핵 제거를 위한 가장 확실하고 위력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군사적 조치를 통한 북핵 제거는 처음부터 우리에겐 옵션이 되지 못하는 결정적 맹점을 갖고 있다. 군사적 행동이 초래할 한반도 전쟁발발 가능성을 뻔히 알면서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정책목표를 달성하자고 주장할 정치 지도자가 있을 수 없고, 이에 동의하는 국민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수령이 지시하고 당이 결심하면 전쟁불사도 용인할 수 있겠지만 한국과 같은 민주국가에서 전쟁불사를 주장할 지도자나 이에 동의할 국민은 없다. 결국 전쟁불사의 군사적 조치는 우리의 북핵 제거 방안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상대방에게 나의 요구를 관철시킬 때 말을 듣지 않을 경우 혼내줄 것이라는 위협이 먹히려면 실제 상황에서 그 위협이 현실로 가시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상대방에게 줘야 한다. 즉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믿음이 북에게 있다면 북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이 실제 상황에서 결코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임을 그 누구보다 북한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 대응이라는 강경 입장은 북한에게 효과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계산 속에는 미국 역시 지금의 처한 상황이나 동북아 역관계를 고려할 때 결코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 사용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도 미국이 한반도에서 중국과 한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상황과 이란 핵문제를 병행시킨 채 대북 무력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미국으로서도 북핵 제거를 위해 가장 위력적인 수단인 군사적 조치는 옵션에서 사실상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

후세인과 카스트로가 제재로 무너졌나?

북핵 제거라는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두 번째 수단은 이른바 경제적 봉쇄와 전면적인 제재 조치다. 지금 유엔안보리가 통과시킨 대북 결의안이 목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북에 대해 봉쇄와 제재를 가하면 결국 김정일 위원장이 견디지 못하고 굴복하고 말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성공의 가능성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제재를 가하는 나라가 제재를 당하는 나라를 굴복시킨 선례가 없다는 사실로 인해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제재의 효과가 회의적이라는 '전략적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다.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제재는 결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을 제거하지 못했고 결국은 미국이 주도한 다국적군의 무력공격에 의해 문제를 풀어야 했다. 쿠바에 대한 미국의 봉쇄와 제재가 피델 카스트로의 항복을 얻어내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하여 제재는 굴복해야 할 범죄자나 독재자보다는 그의 지배를 받는 주민과 노약자들에게 훨씬 더 큰 고통을 준다는 현실에 의해서도 이른바 '도덕적 딜레마'의 비판에 노출되어 있다.

이같은 제재 일반의 문제점에 더하여 북한이라는 특수한 상대의 특징은 제재의 효과를 더욱 약화시킨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 완전한 전쟁종료 상황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미 오랫동안 미국에 의해 주도되는 직간접의 경제제재에 익숙해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1999년 미사일 모라토리엄 합의 이후 미국이 그 대가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취한 것 자체가 그동안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취하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제재에 익숙하고 내핍에 단련되고 봉쇄에 이골이 난 북한이 과연 경제제재를 도저히 참지 못하고 핵무기를 제거할 것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제재의 효과가 더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북중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경무역을 비롯해 중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원유와 식량은 북한에게는 사실상 생명선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유엔의 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중 경제관계를 중단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북한체제는 중국의 대외전략과 동북아전략에서 여전히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붕괴와 김정일 정권의 교체까지를 의미하는 전면적 대북 제재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재와 봉쇄는 북한에게 일정한 타격은 줄지언정 굴복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북핵 제거라는 목표 달성에 이르지 못하게 된다.
▲ 중국이 단동 근처 북한과의 국경선에 철책선을 새로 건설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중국은 탈북자를 막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핵실험에 따른 '징벌적 조치'라는 해석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봉쇄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연합뉴스

'상응조치' 로서의 제재 불가피하지만…

북핵을 제거하기 위한 세 번째 방식은 협상과 타협으로 북한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군사적 조치로 핵무기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고, 제재와 봉쇄로 북의 굴복시키는 것이 힘든 현실적 조건에서 북한과의 협상은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공동성명의 내용이 바로 주고 받기식 타협과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절차와 과정이다. 거기에는 이미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도록 되어 있고, 미국은 북에 대해 안전을 보장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며 에너지를 비롯한 경제 지원을 하도록 되어 있다. 북한이 핵포기의 대가로 요구하는 것을 제공함으로써 북한 스스로 핵무기를 제거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금지선을 넘은 상황에서 잘못된 행동에 대한 상응조치로서의 제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한국 정부가 유엔 결의안에 따라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로 한 것 역시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이라는 잘못을 저지른 데 대해 응당한 상응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지금 시기 북한에 대한 제재 없이 또 다시 대화와 타협만을 주장하는 것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북한을 무원칙하게 감싸 안는 것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잘못을 따끔하게 비판하고 북한 스스로 자신의 벼랑끝 전술이 효과가 없음을 알게 하는 학습효과 차원에서 상징적 의미의 제재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제재는 '제재를 위한 제재', 북한의 붕괴와 파국을 노리는 제재가 아니라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반드시 '협상을 위한 제재 동참'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밝히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다. 그래야만 지금의 위기와 대결의 국면을 언제라도 대화와 협상의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협상을 위한 제재 차원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에게도 북한을 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끝장을 보려는 제재가 아니라 이번 결의안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6자회담의 조기재개를 촉구'하는 미국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이 벼랑끝을 포기하고 회담장으로 복귀할 경우 미국이 북에게 줄 수 있는 혜택에 대해서도 미국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핵실험과 대북 제재, 두 개의 마주 보고 달리는 자동차가 더욱 속력을 내고 있다. 자동차가 정면충돌할 경우 극단적인 파국이 올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의 정책목표는 북핵 제거와 한반도 평화라는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북핵 제거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다지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를 깨트리면서 북핵 제거를 시도해서도 안 된다. 북핵 제거만을 정책목표로 내세운다 해도 현실적으로는 군사적 조치와 전면적 제재를 통해 그 목표를 이루기도 힘들다.

결국 지금의 위기상황에서도 해법은 북미 간의 협상을 통해 상호 요구사항을 수용함으로써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때로 압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이를 위해 미국과 북한에게 할 말은 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중국도 워싱턴과 평양을 오가며 셔틀외교에 나서야 하고 우리도 대북 채널을 복원하고 특사 파견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북미 간의 협상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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