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안을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이미 한차례 접전을 치른 두 나라는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검색, 북한과의 무역 등에서 커다란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1718호 8조 (a)항에서 "모든 회원국은 자국의 영토에서 출발했든 아니든 다음의 것들(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관련 물품)이 자국의 영토를 거쳐 가거나, 자국 선박이나 비행기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대북 공급, 판매, 이전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shall prevent)"고 결의했다.
美, '중국 협력해야' 압박 가속화
이에 미국은 15일(현지시간) 중국이 안보리 결의안 이행에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ABC> 등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면서도, 북한과의 갈등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은 북한과의 '공개적인 갈등'을 피하는 방법으로 결의안이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신들의 책임에 맞게 행동할 것을 확신한다"며 "위험한 물자가 북한으로부터 확산되는 것을 보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이익이 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라이스 장관은 그러나 중국이 선박 검색과 관련해 어떤 행동에 동참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같은 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결의안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며 "북중 접경지대에서도 결의안이 요구하는 '(선박)검색'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새로운 외교 논쟁으로 비화"
그러나 중국은 결의안 이행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결의안 통과 직후 유엔 주재 왕광야 중국 대사는 중국이 북한과의 접경지대에서 선박을 정선·검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안보리 결의안 8조 (f)항이 "핵이나 화생방무기의 밀거래와 이의 전달수단 및 전달물질을 막고 안보리 결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든 회원국은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북한으로부터의 화물 검색 등 필요한 협력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call upon)"며 '필요한 협력 조치'라는 다소 완화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데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중국이 북한을 드나드는 배를 수색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결의안 이행에 대한 견해차가 커서 새로운 외교적 논쟁이 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며 "중국은 북한으로의 민수용 물자 유입에 대한 제한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를 싣고 북한으로 드나드는 선박을 검색해야 한다는 결의안의 내용은 중국의 선언으로 희석됐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중국이 북한의 가장 큰 원유 공급원 및 무역 파트너인 점을 들어 "철도를 통한 원유 공급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2003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2~3일간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의안 채택 과정에 이어 이행에도 온건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못마땅해 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번 주 라이스 장관의 한중일 순방 기회를 이용해 결의안을 보다 철저히 이행하도록 중국을 압박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라이스 장관 역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중국 방문 기회를 이용해 물자 검색과 같은 수준으로 결의안을 이행해야 한다고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美, 한국 참여 정도에도 촉각
한편 외신들은 중국에 이어 북한과의 교역량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제재 참여 정도도 미국에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북핵 불용'이라는 원칙에 따라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개성공단 개발과 금강산 관광 등 통상적인 남북 경제협력은 계속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결의안이 남북한 경제협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의안과 조화를 이뤄가며 경협을 추진하겠다"는 15일 추규호 외교통상부 대변인의 말을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의 선박이나 항공기를 정지시켜 수색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참여 여부에 대해 우리 정부는 "결의안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향후 국제사회의 논의에 따라 참여를 확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또 지난해 8월부터 적용하고 있는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PSI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북한 선박에 대한 강제 검색이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의 PSI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중국과 한국의 이같은 입장, 그리고 북한에 대한 강경 조치를 원치 않는 러시아의 태도에 따라 <뉴욕타임스>와 <로이터>는 이번 안보리 결의안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정치분석가들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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