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쇄적으로 일어난 임대 아파트 부도사태와 관련해 국민주택기금의 위탁을 받고 있는 국민은행의 대출심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10일 제기됐다.
건설교통부가 민주당 이낙연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임대주택 사업장에 대한 대출심사를 하면서 건설실적 평가나 자본잠식 평가, 적정사업규모 평가 등에서 실적을 부풀리거나 신뢰할 수 없는 재무제표에 근거해 평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출심사 통과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입지 여건이나 분양 전망 등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항목도 임의로 매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애초에 자격미달인 사업장에 대출을 해주었고 그 결과 부도가 속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의원 측은 "이러한 조사 결과는 그간 임대아파트 부도는 주로 영세사업자나 사업성이 낮은 곳에서 발생해 왔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실적 부풀리기, 자기자본금 늘리기…대출심사과정 비리 많아
물론 이렇게 임대아파트 부도 사태가 줄을 잇게 된 데에는 대출을 받는 사업주의 비윤리적인 행태도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상당수 사업장들이 건설실적을 부풀리거나 자기자본금을 부풀려 사업의 건전성을 속였다는 평가다.
1998년에 부도를 낸 ㄱ건설은 평가기간 외의 건설실적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대출심사 점수를 부풀렸다. 이 사업장은 이러한 방식으로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임대주택의 경우 본래 대출 기준에 미달하던 점수를 기준 이상으로 높여 대출을 받아 공사를 강행했으나 결국 부도로 이어졌다.
이렇듯 건설실적을 부풀리는 경우는 이 외에도 1998년 부도를 낸 충남 청양군 청양면 소재 ㅈ사업장, 2000년 부도를 낸 경북 포항시 남구 소재 ㅅ사업장 등 7건에 달한다.
자기자본금을 부풀려 사업의 건전성을 속인 경우도 있다. 사업규모가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총사업비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 대출심사 점수를 높이는 것이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임대주택을 건설하다 부도를 낸 ㅅ사업장의 경우 자본금에서 10억을 부풀려 평가서를 냈다. 이 임대주택은 2004년 부도가 나서 그 이후 다른 업체가 이어받아 준공했다.
그밖에도 담보로 설정한 토지의 감점요인을 심사에 반영하지 않거나 허위 재무제표를 제출해 대출심사 점수를 부풀리는 경우도 있었다.
"국민은행의 대출심사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재무제표의 신뢰도를 따지거나 별도로 자산건전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대출 심사를 해 온 국민은행 측의 책임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측은 "이러한 사업주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대출 심사에 반영하지 못한 것은 고의적으로 눈 감아준 것이 아니라면 대출 심사 제도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들 사업장이 부도가 난다고 해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 국민은행의 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것이 대출심사 과정에서 주요한 요인이 되는 임대주택의 입지 여건이나 분양 전망 평가 등 주관적인 평가항목들이다. 이는 국민은행 측이 현장을 방문해 평가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국민은행 측은 교통이 불편하고 가까운 거리에 편의시설이 전혀 없는 불량한 주거환경에 대해서도 '양호하다'고 평가하는 등 주관적인 평가를 임의로 매겨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건교부 개선의지도 빈약"
이 의원측은 건설교통부의 대출심사제도 개선의지도 빈약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출심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출심사업무와 접수업무를 분리하고 △국민주택기금 대출금 부도율과 위탁수수료를 연계하거나 △대출심사표의 주요항목 및 배점을 공개하지 않는 등 비교적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내부에서 보고되었음에도 대출금지 기준을 신설하고 대출 가능 점수를 상향 조정하는 등 부수적인 대책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측은 "지난 6월 말부터 국민주택기금의 2005년 결산심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건교부는 계속 묵살해 왔다"며 "그나마 보내온 자료에서 그간 대출과정이 극히 부실했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건교부는 서민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부도사태를 일으킨 책임소재를 밝히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