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 정가는 북한의 핵실험 여파가 선거에 어떤 작용을 할지 셈하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북한의 핵실험을 '미국 외교의 실패'로 규정한 <뉴욕타임스>의 평가처럼 핵을 가진 북한을 제재 일변도로 몰아가 '핵시위'에까지 이르게 한 부시 행정부의 외교 실패가 당장 도마에 오른 만큼, 상식선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집권 여당인 공화당의 표를 깎아먹을 것으로 예상하기 쉬우나 여러 가지 변수들이 다층적으로 얽힌 '선거판'이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지 만은 않을 분위기다.
부시 '타격' 노린 北핵실험…'부작용'?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힐 요량으로 서둘러 핵실험을 강행했다면 이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선거 쟁점이 '국가 안보'로 돌아서자 공화당은 쾌재를 부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발표한 9일까지 공화당은 '스캔들 수렁'에 빠져 있었다. 마크 폴리 전 하원의원이 미성년자인 의회 전 사환들에게 성적 유혹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고 실제 사환 출신 미성년자와 동성애 관계를 갖기도 했다는 추문들이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터져 나왔다.
공화당은 폴리 전 의원의 사표를 서둘러 수리하고 사건을 진화하려 했으나 곧이어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이 이 스캔들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폴리 전 의원의 스캔들은 한 개인의 도덕성을 넘어 공화당 지도부 전체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됐다.
그 여파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우세가 뚜렷하게 나타났고 공화당은 내홍 조짐까지 보이며 반전의 의지를 잃어가고 있던 터라, 공화당으로써는 스캔들에 모아졌던 여론이 북한 쪽으로 분산되는 것만 해도 호재로 여길만 하다.
게다가 북한의 핵문제는 공화당이 선거 캠페인 전면에 내세운 '대테러전'과 꼭 맞아떨어지는 이슈이기도 하다. <AP>통신은 "안보 문제는 공화당이 스스로도 강하다 여기는 이슈"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민주당식 안보관이 미국인을 위험에 빠뜨려"
물론 민주당 진영의 공격이 만만치 않다. '폴리 스캔들'로 상하원 동시 과반 확보를 노렸던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 실패를 적극 부각시킴으로써 승세를 굳혀 나갈 태세로 보인다.
2004년 대선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라이벌이기도 했던 민주당 존 캐리 상원의원은 10일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충격적인 실패(shocking failure)"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해리 레이드 상원 원내대표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이라크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안 '정신 나간 사람(madman)' 하나가 엉뚱한 곳에서 대량살상무기의 최종판을 실험하고 있었다"며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과 북핵 정책을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당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 역시 "지난 몇 년간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위협적인 성장을 부인해 왔고 북한의 변화를 너무 폄하하려고만 애써 왔다"며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부시는 이라크라는 좁은 의제에 매달리느라 그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고 강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공화당도 일단 일방적인 수세 국면을 벗어나자 반격을 통해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공화당 반격의 골자는 "민주당에게 국가 안보를 맡길 수 없다"는 것으로 '동성애 스캔들'로 와해됐던 보수층의 표심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공화당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은 김정일이 아닌 조지 부시를 적으로 여기는 듯 하다"며 민주당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공화당 존 보에너 하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미사일 방어(MD) 프로그램의 추진을 가로막았다"며 "민주당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약화시켰고 미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상원 선거본부는 지난 1993년부터 MD 예산 삭감을 위해 12번이나 표결을 해 온 민주당의 셰로드 브라운 의원의 예를 들며 "셰로드 브라운 같은 좌파적 안보관이 북한의 미사일 실험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식의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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