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11테러 발생 2개월 전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조지 테닛 국장이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알-카에다의 위협이 임박했음을 경고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이자인 봅 우드워드가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 편집간부이기도 한 우드워드는 최근 시판에 들어간 저서 '부인하는 국가'(State of Denial)'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테닛 전 국장은 당시 CIA 대(對)테러팀장 코퍼 블랙과 함께 오사마 빈 라덴 문제 및 알-카에다의 공격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라이스에게 회동을 요청했다.
두 사람은 2001년 7월 10일 라이스를 만난 자리에서 알카에다 조직원 간 메시지 등 많은 정보들을 분석, 미국 내 관공서 공격 등 위협이 임박했음을 지적하며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사안의 긴급성을 전달해주도록 희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이스는 정중하게 듣기는 했지만 결국 묵살했다는 것이 테닛의 주장이다.
테닛은 특히 라이스가 CIA에 요구했던 것과 달리 조직적이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서둘러 일을 추진하도록 재촉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우드워드는 이밖에 부시 대통령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역시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 부시 대통령 간에 의견 차이가 있음을 알고 럼즈펠드 스스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틀렸음을 설득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럼즈펠드가 무례하고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한 만큼 설득이 쉽지 않았다는 게 우드워드의 분석이다.
이 책에서는 또 지난 97년 말 당시 텍사스 주지사였던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방문한 전 미국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반다르 빈 술탄 왕자를 만난 사실을 전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부시 주지사는 대통령 출마 계획을 밝히면서도 "국제,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백치나 마찬가지"라고 말해 반다르 왕자로부터 개별 교습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한편 백악관 대변인실은 우드워드의 책이 파문을 일으키자 '신화/진실'이라는 성명을 통해 테닛은 9.11관련 조사위원회에서 테러 2개월 전 라이스와 회동 사실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테닛을 포함해 책에 나타난 다른 사람들의 비판적인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3월 퇴임한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라크전 수행에 관한 내외의 비난과 관련, 두 차례에 걸쳐 럼즈펠드 장관의 해임을 부시 대통령에 건의했으나 딕 체니 부통령과 정치고문 칼 로브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우드워드의 책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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