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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거부의 30억달러 쾌척…'선행'인가 '상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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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거부의 30억달러 쾌척…'선행'인가 '상술'인가?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지구 온난화' 대응 활동 본격화

최근 자신의 전 재산 중 절반이 넘는 30억 달러를 지구온난화 대책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던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27일 공항에서 항공기 배출가스를 줄이는 계획을 제안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브랜슨 회장은 앨 고어 전 미 부통령과의 면담 이후 지구온난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지만, 항공사 사장이기도 한 그가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온난화 대책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다.

브랜슨 "항공업계는 환경보호 노력 강화해야"

브랜슨 회장은 29일 영국의 브리티시항공과 미국의 아메리칸항공 등 항공사 회장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항공업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구온난화 저지를 위한 활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브랜슨 회장은 "항공업계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등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롤스로이스와 보잉 등 항공기 엔진 및 항공기 제조업체들과 영국 공항공단 등에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에 앞서 27일에는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버진 애틀랜틱 항공사가 공항 활주로 근처에 여러 개의 '스타팅 그리드(자동차 경주 시 출발점)'를 만들어 두고 항공기가 이륙하기 전 활주로 근처에 미리 예인해 엔진 가동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키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버진 애틀랜틱 측은 '스타팅 그리드'를 설치한 후 버진 애틀랜틱 소속 항공기로 운행할 경우 비행기 엔진을 돌려서 후퇴했다가 활주로를 달리는 기존 방식보다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서는 50%,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서는 90%가량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랜슨 회장은 일단 하루에 3200만 명에 가까운 승객이 드나드는 런던의 게트윅 공항에 우선 '스타팅 그리드'의 설치를 제안해 둔 상태이고,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도 이를 법제화하겠다는 데 동의를 받아내는 등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체 에너지 개발에 향후 10년 간 30억 달러 투자"

브랜슨 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에 참석한 자리에서 "'버진 연료'라는 회사를 통해 대체에너지 개발에 향후 10년 간 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억 달러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버진 연료'는 현재 옥수수에서 바이오 에탄올을 만드는 미국 회사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일단 버진그룹의 물류사업 부문의 주식 배당금을 중심으로 하되 부족할 경우 항공사와 철도사업에서 얻은 이익을 모두 보태서라도 30억 달러의 투자약정금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이는 5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전 재산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 브랜슨 회장은 미디어 노출을 즐기고 괴짜스러운 사업구상을 해서 '히피 기업가'란 별명을 얻었다. 브랜슨 회장이 버진그룹 자회사인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행 전용선 '스페이스십 2' 내부를 소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구온난화가 여론의 중심이 될 것이란 계산했을 것"


사재를 털어서라도 지구환경을 지키겠다는 브랜슨 회장의 '선행'에 대해 영국 현지 언론들 일단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영국 통신사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인 매튜 린 씨는 27일자 칼럼을 통해 "브랜슨이 실제로 지구온난화를 걱정했을 수도 있지만 기부를 통해 또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지구온난화가 환경재해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될 경우 엄청난 대기가스를 배출하는 항공업계가 제1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 아래 회장이 환경운동에 투신함으로써 비난을 피해 나갈 '출구'를 만들어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 런던지부장인 마이크 차일스 씨는 "브랜슨의 행동을 선행으로 보기도 하지만 내 생각엔 그 사람이 항공기에서 나오는 열을 정치쟁점화하려는 것 같다"며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줬다.

린 씨는 "브랜슨 회장이 환경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데에는 최근 환경영화 '불편한 진실'에 출연해 지구온난화가 가져다 줄 재앙을 경고했던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의 설득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데, 이 역시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고어 전 부통령이 런던으로 찾아와 "당신이야말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당신이 위대한 한 발짝을 내딛는다면 우리 모두가 뒤따를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하지만, 고어 전 부통령이 방문한 즉시 브랜슨 회장이 '선행'을 시작했다는 것이 아무래도 의심쩍다는 것이었다.

린 씨는 "브랜슨 회장은 곧 비행기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초록색 빈민가(환경운동단체)'의 이슈를 넘어 여론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28일자 발간된 과학잡지 <네이처> 최신호는 브랜슨 회장이 제안한 '스타팅 그리드' 시스템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프 가자드 영국 항공환경연합 대변인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시스템이 도입되어도 그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비행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런 방법으로 해봤자 감소되는 배출가스 양은 1% 안팎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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