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가 누구보다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또 한 번 보냈다. 지난 8월 26일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 이후 2번째다.
한국과 미국의 정상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해 한 차례 논의했고, 한국과 중국이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여는 타이밍에 맞춰 내놨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8월 26일 외무성 대변인 발언과 일치
북한 언론은 29일 최수헌 외무성 부상이 26일 뉴욕에서 있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9.19공동성명) 합의사항들이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어느 나라보다도 6자회담을 더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며 연설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 부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9.19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중요한 내용은 우리는 핵 계획 포기를, 미국은 평화공존을 공약한 것"이라면서 "우리의 입장은 평등한 원칙에서 합의사항들을 이행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상은 "그러나 미국은 공동성명이 채택되자마자 대화 상대방을 반대하는 금융제재를 발동함으로써 다 맞물려 있던 6자회담 일정을 완전히 파탄시키고 현 교착상태를 빚어냈다"면서 "제반 사실은 미국이 6자회담도, 조선반도의 비핵화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최 부상은 힐 차관보 방북 직접 언급했던 인물
최 부상의 유엔총회 연설은 26일 곧바로 우리 언론에도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그의 발언은 '금융제재가 계속되는 한 6자회담 복귀는 없다'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을 뿐이었다.
따라서 북한이 언론을 통해 최 부상의 연설 내용을 재차 보도하며 지난달 밝힌 이른바 '6자회담 이득론'을 다시 내놓은 것은 14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6자회담 복귀 및 금융제재에 대한 관련국들의 논의에 모종의 '시그널'을 보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9.19공동성명에서 우리는 핵계획 포기를, 미국은 평화공존을 공약했고 우리는 평등한 원칙에서 합의를 이행하자는 입장"이라며 "이 합의가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 부상의 이번 연설과 판박이다.
당시 외무성 대변인의 이같은 언급은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지론'과 닮아 눈길을 끌었다.
힐 차관보는 지난 5월 서울-워싱턴포럼 연설 등에서 종종 "공동성명이 이행되고 에너지 지원을 받는다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2400만 달러와 같은 액수가 매주 북한에 생길 것"이라며 북한의 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최 부상의 이번 연설은 따라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을 채우는 데 있어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는 보다 뚜렷한 명분을 넣으라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만남 주목돼
한편 29일 서울을 방문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도착 즉시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가졌다.
천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한미정상회담 이후 힐 차관보와 협의한 '포괄적 접근방안'의 상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이는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 실장이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포괄적 접근방안'의 개요를 설명한 데 이어 두번째로 한미간의 최근 협의를 통해 구체화된 '새 버전'을 설명한 것이다.
또 '포괄적 접근방안'을 북한에 설명하고 호응을 얻어내는 일을 중국이 주로 맡아야 할 상황인 만큼 천 본부장은 중국이 북한의 전향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MBC> '100분 토론'에서 "(6자회담 복귀 방안에 대해) 주로 중국은 북한을 많이 설득하는 쪽이고 우리는 또 미국을 설득하는 쪽"이라며 '역할분담론'을 언급한 바 있다.
천 본부장은 또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핵실험 또는 미사일 추가발사와 같은 추가적 행동을 하지 않도록 설득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특히 포괄적 접근방안의 핵심인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계좌 동결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천 본부장은 또 북한이 '포괄적 접근방안'에 보이고 있는 반응을 우 부부장으로부터 청취한 뒤 북한의 반응을 어떻게 반영할지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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