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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글로벌 호크' 신경전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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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 '글로벌 호크' 신경전의 막전막후

미국은 '한국의 딴 생각' 우려…'효용성 의문' 지적도

"작통권도 가져오는데 한 대 있어야겠다." (한국)
  "딴 생각 있는 거 아니냐?" (미국)
  "(딴 생각) 있어도 운용 능력 없다." (한국 전문가)

  
  미국산 고성능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구매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은 팔지 않으려고 하고, 한국은 그래도 사야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무기 판매에 열을 올리는 미국이 왜 돈 주고 사겠다는 걸 한사코 반대하는 것일까?
  
  '미사일기술통제 때문에' 명분 두고 해석 제각각
  
  미국이 판매를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글로벌 호크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서 규제 받는 품목이라는 것이다. 미 국방부 관리는 지난 2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호크는 (MTCR에서 정하는) '카테고리 1 UAV(무인 정찰기)'"라고 말했다. '카테고리 1' 품목이란 수출이 가장 엄격히 통제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MTCR에도 '특별한 경우'는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판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또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에는 글로벌 호크의 판매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의 경우 1987년 MTCR이 제정되기 이전에 미국과 양자(兩者)간, 다자(多者)간 특수협정을 맺고 있어 MTCR에 구애받지 않고 글로벌 호크를 판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방위사업청 김세정 국제협력과장(해군 대령)도 27일 "MTCR에 따른 제한이 있지만 무인항공기는 MTCR에서 제외해 검토하겠다는 얘기도 있고 글로벌 호크는 아직 완전히 전력화된 장비가 아니어서 시간을 두고 협의하자는 얘기도 있다"고 말해 상황이 유동적임을 내비쳤다.
  
  "한국군 야망 꺾기 위해" 분석도
  
  그렇다면 미국이 한국에 글로벌 호크를 팔지 않으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 미국의 '그림자 CIA(중앙정보국)'로 알려진 '스트래트포'가 25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군사적 미래를 다시 생각하는 남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미국의 진짜 속내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미국의 국제정보 분석기업인 스트래트포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은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이양협상을 앞둔 상황에서도 한국군의 전력이 대북 억지력의 차원을 넘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호크를 비롯한 첨단무기의 판매를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트래포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한국군은 북한이 공격해올 경우 미 증원군이 올 때까지 초기공격을 흡수하는 '보조적인 역할' 만을 맡아 왔다"면서 이에 따라 '허약한 한국군'은 미군의 도움이 없이는 어떠한 공격작전도 단독수행할 수 없게 돼 왔고, 그 결과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는 실망스런 전력만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한국은 이같은 대미 의존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종래 입장을 선호하고 있다며, 글로벌 호크는 작전반경이 5500㎞로 한반도는 물론 일본 전역과 베이징과 상하이까지 정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판매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 군사전략가들은 이미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이 포함된 장기적 안보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이같은 '지역적 관심'과 '군사적 야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한국이 글로벌 호크 등 첨단 무기를 이용해 '딴 생각'을 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미국의 판매 거부를 두고 '노무현 정권이 한미동맹을 악화시켜 미국이 협조를 안 한다'는 보수 진영 일각의 '정권때리기'와는 거리가 멀다.
  
  '감시능력 배가' vs '지금으로도 충분'
  
  그렇다면 한국이 글로벌 호크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또 뭘까.
  
  이는 무엇보다 작통권 환수에 따른 우리 군의 정보 수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군 관계자들은 글로벌 호크를 도입하면 우리 군의 정보수집 반경이 대폭 확장돼 한반도 안팎의 감시능력을 배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이같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첩보위성 수준에 버금가는 글로벌 호크의 제원 때문이다.
  
  글로벌 호크는 지상 20㎞ 상공에서 38∼42시간 동안 비행하며 레이더(SAR)와 적외선 탐지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 작전반경은 3000km에 이른다.
  
  현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전장을 누비고 있는 이 무인정찰기는 4800km 거리의 목적지까지 날아가 20km의 높은 고도에서 24시간 정찰하고 기지로 귀환할 수 있다. 889kg의 폭탄도 적재할 수 있어 유사시 '멀티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이 글로벌 호크 구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군사평론가인 김성전 씨(예비역 중령)는 26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첨단 무인정찰기는 "(글로벌 호크에서 전송해 주는) 신호를 분석할 수 있고 그것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지상에서 갖추고 있을 때" 제대로 효용을 발휘할 수 있다며 글로벌 호크의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미국과 같이 총체적 전력을 갖춘 상태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단지 무인 정찰기만 가지고 우리의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성급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걸음마 배우는 아이가 자가용을 사달라는 격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구상하는 미국과 한국은 분명히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다 보니 우리가 미국의 전쟁구상을 한국에 적용시켜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며 "현재 수준으로도 한국군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 당국자의 '인사치레성' 발언에 '반색'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글로벌 호크 구입에 대한 의욕을 꺾지 않고 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초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에게 서신을 보내 판매 협조를 재차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윤광웅 국방장관은 25일 '한미 방산 및 기술협의회'(DTICC) 참석차 방한한 알 볼크만 미 국방부 국제협력국장의 예방을 받고 글로벌 호크를 한국이 구매할 수 있도록 미국 국방부가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어 이달 27~28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10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회의에서도 판매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에 미국의 반응이 여의치 않으면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정식 의제로 다루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은 지난 25∼26일 서울에서 열린 DTICC에서 우리측의 글로벌 호크 판매요청에 대해 지원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사업청은 27일 이 회의 결과에 대한 브리핑에서 "미 국방부 획득·기술·군수 차관 대행으로 공동위원장을 맡은 국방부 알 볼크만 국제협력국장에게 우리측의 글로벌 호크 판매 요청에 대한 이해와 지원을 요청했으며 볼크만 국장은 이에 대해 지원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DTICC 공동위원장으로 참석한 볼크만 국장은 글로벌 호크 판매를 담당하는 주무부서 책임자가 아니어서 '지원의사' 표명은 의례적인 인사치레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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