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라크 자치정부에 대한 종파 간, 종족 간 불화로 인해 내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현지 상황을 고려할 때 '철군할 이유가 없다'는 정치권 일각의 논리는 생뚱맞기 그지없다. 2003년 연말의 최초 파병 당시 '전후 평화 정착과 재건복구'를 앞세웠던 것을 돌이켜 보면 내전이란 변수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유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열린우리당 임종인, 정청래, 한나라당 고진화, 배일도, 민주노동당 이영순 등 여야 의원 5명이 파병 연장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현지실태 조사에 나섰다. 이들이 만난 자치정부 지도자 역시 이라크가 전쟁 중이고 평화재건은커녕 치안확보조차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린존' 제외한 모든 지역의 치안이 어렵다"
지난 19일 출국해 현재 이라크에 체류 중인 이들 현지조사단이 22일 전해 온 바에 따르면, 카린 신자리 쿠르드 자치정부 내무장관은 21일(현지시각) 여야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바그다드는 동맹군이 그린존만 장악하고 있을 뿐 그 외 모든 지역에서 치안이 어렵다"고 밝혔다.
신자리 장관은 "바그다드에서는 매일 수십 건의 테러가 일어나고 있으며 종파 간 갈등으로 수니파는 시아파 지역을 떠나고 있고 시아파는 수니파 지역을 떠나고 있다"며 "언제 바그다드에 평화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자리 장관은 또 "이라크에는 신정부가 들어섰지만 권력배분과 경제적 이해를 둘러싸고 종족 간, 종파 간, 신정부 세력과 구정부 세력 간 갈등이 심각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며 조정과 해결을 위한 정치지도자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이라크 내 상황은 종족 간 혹은 종파 간 내전으로 빠져들고 있어 외국군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민족 내 갈등 기류에 자칫하면 자이툰 부대의 안전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조사단 의원들은 "한국정부는 파병 동의를 받을 때 이라크 내 전쟁이 끝난다고 말했으나 지금 이라크 사정은 그렇지 않다"고 우려하며 "미국과 한국, 이라크 신정부는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의 현재 정세를 솔직히 고백하고 새로운 해법을 국제사회에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이툰 역할, 민간의 지원으로도 가능"
정부가 파병 찬성논리를 설파하기 위해 홍보하는 '자이툰 부대의 역할'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자리 장관은 물론 쿠르드 자치정부 산하 아르빌 주지사도 쿠르드 발전에 기여한 한국군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쿠르드 민병대와 경찰에 사격술과 전술훈련, 범죄수사 기법 등을 가르쳐 군경의 발전을 도모하고 컴퓨터, 차량, 방호시설 등을 지원하는 등의 역할은 민간 차원의 지원으로도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것이 현지조사단의 판단이다.
현지 조사단은 또 더 정확한 상황파악을 위해 바그다드 방문을 요구하고 있지만 자이툰 부대 측은 바그다드 치안 사정이 어려운데다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미군이 작전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만류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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