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 주 방한 때 밝힌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 다자회담'이 가시화되고 있다. 북한을 제외하고는 다자회담에 반대한다고 밝힌 중국의 참여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다자회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우리 정부는 일단 참여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힐 차관보는 19일(현지시각) 이번주 유엔 총회장에서 북한이 참석을 거부하더라도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6자회담 참여국 대표들과 만나 회담 재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뉴욕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현 6자회담 교착상태가 풀릴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면서도 "상당히 중한 상황(the stakes are pretty high)이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힐 차관보는 "미사일을 발사한 만큼 핵실험이 다음 단계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기술적으로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느냐 아니냐는 문제에는 깊이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해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기술적 준비가 덜 돼 있을 수 있다는 정보 판단을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북한이 6자회담 거부 이유로 금융제재를 내세우는 것에 대해 "그게 실제 이유인지 전혀 분명치 않다"고 의구심을 나타내고 북한이 과거엔 '악의 축' 등 미국의 모욕적 언사를 불참 구실로 댄 사실을 지적했다.
북미간 양자대화에 대해서는 "늘 양자로 만날 용의가 있으나, 6자회담을 대체하거나 다른 참여국을 배제할 생각은 없다"며 '6자회담 틀 내 양자회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 <NHK>에 따르면 이번 다자회담은 21일 유엔총회에 맞춰 열릴 예정이고, 참가국은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 열렸던 10자회동 때의 참가국과 같을 것으로 보인다.
ARF에서의 10자회동은 한·미·중·러·일 등 6자회담 참가 5개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5개국 외무장관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었다.
그러나 유엔 총회 다자회동에는 중국이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어 실제 몇 개 국이 참가할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 중국이 이 회동에 참여한다면 "북한에 중요한 신호를 보내는 셈"이라며 중국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규형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지난 12일 "ARF에서 그런 협의(10자회담)를 해도 달라진 게 없는데, 유엔에서 또 그런 (다자)회담을 한다고 해서 과연 거기서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냐"고 되물으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이 차관은 중국이 10자회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데 대해 "어떤 나라가 불참할지는 그 국가의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미국은 10자회동이 6자회담을 대체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NHK>는 18일 뉴욕에서 열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 간 회담에서 북핵문제가 협의됐으며, 이 자리에서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종용하기 위해 북한을 제외한 5개국만의 회담을 촉구했지만 중국이 여전히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미국 고위관료가 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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