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가 "새누리당 염동렬 의원이 강원랜드 이사진을 협박해 기부금 150억 원을 강제로 기부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10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본부장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염 의원의 협박 내용이 담긴 동영상과 의사록을 공개했다.
박 수석부대표에 따르면, 염 의원은 지난 7월 12일 강원랜드 이사회에 시의원 등과 함께 참석해 이사진을 회유·협박해 강제 기부케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이사회에서 의결된 '폐광지역 협력사업비 기부(안)'은 강원랜드가 태백시 오투리조트에 150억 원을 기부하는 내용이다.
이 의결에 앞서 강원랜드 법무팀은 "상법상 선관주의 의무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의결시 배임가능성을 경고했고, 이를 보고받은 지식경제부 역시 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기부 추진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불법행위 소지가 있음에도 염 의원은 이사진에게 이사회 의결을 강요한 셈이다.
동영상에는 안건이 강행 처리되는 과정이 생생히 포착됐다. 강원랜드의 김동철 이사가 "기권을 하든 안하든 내 소신인데 당신이 이래라 저래해서는 안 된다"고 하자 염 의원은 "내가 협박했냐"고 물으며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또 이사회 진행 중 염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염 의원은 "내 개인 신상에 대해 손해가 나는데 그럼 기권이라도 해주십시오"라며 회유하며 "김동철 이사는 크게 (손)봐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염 의원은 "오늘 여기 안되면 이관섭 실장(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과 홍석우 장관(지식경제부) 그 다음에 이달곤 정무수석 등 전부 다 옷 벗기게 하기 위해서 투쟁해 주셔야 한다. 제가 앞장설테니"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동영상은 당시 염 의원과 동행한 지역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것으로, 박 수석부대표는 "염 의원이 자랑스러운 양 지역언론사를 동행케하고 동영상을 게재한 것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라고 말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염 의원이 배임죄 성립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이사진에 결정을 강요한 데 대해 "초법적 발상으로 심각한 범죄 교사 행위이자 협박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며 "찬성 못할 바엔 기권할 것을 종용하는 장면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새누리당의 본색을 재확인시켜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이어 민간인 불법사찰, 선관위 디도스 사건, 안철수 후보 불출마 협박 사건 등을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고, 법이 보장하고 있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투표행위를 방해해 왔다"고 말했다. 또 "소규모의 의사결정 구조에서조차 새누리당이 개입하여 협박하며 윽박지르는 장면은 새누리당이 보여 온 반(反) 민주적 행태의 압축판"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한 향후 민주당의 대응 방침도 밝혔다. 박 수석부대표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지식경제위를 비롯해 관련 상임위 활동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우선 규명하고, 위법과 불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당시 공천의 최종 책임자였던 박근혜 후보의 입장 표명을 아울러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동영상을 보니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들이 쳐다보고 있는데 이런 분이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 가슴이 답답하다"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염 의원은 태백·영월·평창·정선 출신으로, 현재 새누리당의 인재영입위원과 박근혜 후보 대선공약을 개발하는 미래도약공약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염동열 "150억은 태백 시민 위한 회생 자금… 왜 이견만 보나"
민주당의 폭로로 파문이 일자, 염동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투리조트를 살리기 위해 회생자금 지원을 결정했음에도 이를 강요와 협박으로 폄하하는 것은 정치공세"라며 반박했다.
염 의원은 민주통합당을 겨냥, "그 150억이 무슨 돈인 줄 아느냐"며 "(오투리조트 경영 부실로) 월급도 못 받은 직원들의 목숨 같은 돈이며 시장을 살리는 지원금이다. 태백시와 태백시민을 모두 죽이자는 거냐"며 비판했다. 그는 "오투리조트가 그동안 과잉투자에 대한 반성과 자구책 마련에도 6개월 간 급료도 주지 못하고 각종 부채에 시달려 단기 자금 지원으론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관계부처장관과 실무담당자들과 함께 이사진에게 눈물로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눈물로 매달리는 국민은 안보이고, 그 과정에서 있었던 약간의 서로 다른 의견만 눈에 보이냐"며 "민주통합당은 민생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말했다. 염 의원은 또 "일부 영상물 근거로 왜곡 과장한 데 대해 법적으로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태백시민과 오투리조트 임직원을 무시하고 박근혜 후보에 대해 정치공세를 편 데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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