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강의는 '오라스콤과 평화자동차'라는 주제로 북한평화자동차총회사 조영서 전 총사장이 진행했다. 조 사장은 아랍권 기업인 오라스콤(ORASCOM)과 평화자동차 사례를 비교하며 우리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했을 때 갖는 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역사·문화·언어의 동질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른 나라의 기업들보다 북한진출에 유리하다"며 "이러한 이점을 활용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에 진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적 통일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오라스콤과 평화자동차의 차이
조영서 전 총사장은 경영 책임자로서 약 3년간 평화자동차를 이끌었다. 북한에서의 '총회사'는 우리나라의 '그룹사'에 해당한다. 그가 맡았던 '총사장'이라는 직책은 우리로 따지면 '그룹회장' 정도의 위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는 처음 북한에 갔을 때 어려움을 토로했다. 2007년 말 평화자동차의 총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생전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초기 이질적이었던 북한 직원들과 관계를 쌓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중국의 개혁개방을 중국 안에서 직접 본 사람으로서 북한에서도 경협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당시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우리와 북한이 여전히 역사·문화·언어의 동질성이 있기 때문에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조 사장이 평화자동차를 맡았을 때와 비슷한 시기에 북한에 들어온 오라스콤은 이러한 동질성이 없었고 북한에 대한 이해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북한 진출에 성과를 내기 힘들었다.
조 사장은 "오라스콤은 이집트 소재 회사로 당시 평양 류경호텔의 완공책임을 맡았다. 그 대가로 이동통신 사업을 할 수 있었다. 조선체신청과 합영으로 '고려링크'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의사소통 부족, 휴대전화 판매량 부족으로 건설비가 부족해졌고 사업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 강연중인 평화자동차 총회사 조영서 전 총사장 ⓒ프레시안(이재호) |
그는 "오라스콤의 실패는 북한의 부족한 인프라에도 원인이 있지만 오라스콤이 이익만 보겠다는 생각과 이질적인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점이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에 비해 평화자동차는 경영자도 한국인이고 북한과 동질성도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또 단순한 경협이 아니라 통일준비를 하는 경협이기 때문에 사명감도 다른 나라의 사장들과는 달랐다"며 평화자동차는 단순히 이익만 보려는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조 사장은 북한과의 경협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이 북한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북한은 우리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의 경협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을 '민족을 분단시킨 주범'이라고 생각하고, 일본은 국권침탈의 수모를 준 국가라고 본다. 중국과는 1957년 정치전쟁을 치렀다. 중국과 북한이 대단히 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중국과 북한은 물과 기름 같다"며 "결국 북한은 우리와 경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 사장은 북한은 개혁개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며 우리가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우리가 보기에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뿐이지 실제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가 정치나 군사적인 부분에서가 아니라 경제적인 영역에서 보다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어느 집의 가장이 자기 집에 도둑이 들까봐 두려워 바깥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집만 지킨다고 하자. 그러면 그 가족은 누가 먹여 살릴 수 있겠나.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이라도, 새벽이라도 경제활동을 하러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라며 북한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활발한 경제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3차 한반도평화아카데미 다음 강의는 10월 16일 김현경 MBC기자가 '조선중앙TV 다시보기' 라는 주제로 진행한다. 수강을 원하는 이들은 한반도평화포럼 홈페이지(바로 가기)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문의 02-707-0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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