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렛대로 국내정치화된 외교안보분야 현안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근태 당 의장은 18일 미·일·중·러 4국 대사와 오찬을 함께 한 데 이어 19일엔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김근태-천정배, 북핵 위기의식
우상호 대변인은 19일 김 의장의 김 전 대통령 방문과 관련해 "최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나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정쟁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역할을 다해주시길 요청할 예정"이라며 "최근 김 전 대통령께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신 데 대해 열린우리당 차원에서 뒷받침을 해드리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이 대북 추가제재를 현실화시킬 경우 북한이 핵실험으로 맞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는 긴박한 위기의식의 발현으로 풀이된다. 그간 '민생제일주의'를 내세우며 뉴딜 등 경제 분야에 치중해 왔으나 외교안보 문제 역시 미뤄둘 수 없는 현안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우 대변인은 "단순히 외교· 안보를 둘러싼 정쟁의 차원을 넘어 한국의 외교안보의 큰 틀을 짜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도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DJ역할론'을 강조하는 입장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이상배 한나라당 의원의 DJ 비판은 망언"
우리당은 또한 김 전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을 화두로 삼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등과 관련해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이미경 의원은 18일 오전 당 회의에서 전날 이상배 한나라당 의원이 당 홈페이지에 김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데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의원은 "햇볕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고 있는 이상배 의원의 글은 국제 감각, 시대정신, 전략도 없는 전형적인 예"라며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의 국제적, 외교적 상황에 대해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방향을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면 이상배 의원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지금 꼬여 있는 북미관계, 남북관계의 문제를 푸는 데 있어 가장 정확한 방향타를 제시한 것"이라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발전하는 기초위에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우리당은 햇볕정책을 통해서 남북 긴장관계를 완화시키고 이것이 우리경제의 신용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 대한민국을 통째로 북에 넘긴다는 식의 소모적이고 얄팍한 비난을 하는 사람은 이제 대한민국에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의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의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 모두는 한나라당의 햇볕정책에 대한 분명한 생각, 대북정책, 북한과 미국에 대한 정책을 제시해야 하며 최근 이상배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표시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J 발언은 일부 정치세력에 대한 질책"
송영길 의원도 이날 당 홈페이지에서 올린 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높이 평가하며 한나라당과 북한을 동시에 비판했다.
송 의원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초판에 나온 김대중 전 대통령과 대담내용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오늘의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하는데 중요한 참고점이 되는 것 같다"면서 "북미관계의 악화원인을 미국과 북한 양자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실제내용을 정확히 분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요구대로 해줄 것은 다해주면서 제대로 한미관계를 풀어가지 못하는 현정부의 외교적 무능력에 대한 질책의미도 내포된 것 같다"며 "동시에 이런 점을 보지 못하고 자국의 대통령과 정부는 무조건 비판하면서 미국대통령과 정부의 말을 추종하는 일부 정치세력에 대한 질책도 같이 포함된다"고 봤다.
송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신문을 김정일 위원장이 읽어보고 스스로 자신의 정책과 상황을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며 "어리석게 미국 네오콘과 일본 우익세력들의 군비강화와 대중국 봉쇄망 구축, MD 체제 구축의 구실이 되는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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