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험을 지휘한 헨리 오버링 MD국장은 "이번 실험은 이보다 더 성공적일 수 없었다. 북한이 실제 미사일을 발사해서 이번 시험을 '실제 상황'으로 만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기고만장하게 자신들의 '성공'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튿날 미국 신문들은 물론 한국 언론들까지 이 시험의 메카니즘과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지면과 그래픽을 아끼지 않았고 적어도 이를 본 미국인과 한국인들은 북핵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능력을 갖춘 MD 체계에 신뢰를 느꼈을 법하다.
이 한 번의 시험에 8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800억 원 가량이 소요됐다고 미 국무부가 발표했지만 '미사일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야, 기꺼이 용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추가로 제출될 1억 달러 이상의 'MD 개발 예산'에 대한 반발도 이 시험을 통해 수그러드는 듯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우호적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시험은 상대방에게 탐지되지 않기 위해 미사일을 쏘는 측이 갖은 전략을 다 세우는 실제 상황과는 너무나 동떨어지게 요격에 유리한 조건 아래 디자인 돼 오히려 실패하는 게 이상했을 시험이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상황과는 너무 먼 '시험'…성공 안 하는 게 이상해
미 반핵평화운동단체 '핵시대 평화재단(NAPF)'의 데이비드 크리거 소장은 12일 진보 성향 매체인 <카운터펀치(www.counterpunch.com)>에 기고한 'MD에 관한 곤란한 질문들'이란 글을 통해 "표적이 된 미사일을 요격 미사일이 공중 폭파시키는 과정에 대한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크리거 소장이 제기한 의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MD 시스템이 그렇게 성공적으로 설계됐다면서 왜 날씨가 나쁘다는 이유로 시험 일자를 연기했었냐는 것이다. 당초 MD국은 8월 31일 시험을 할 예정이었으나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 일대를 엄습한 짙은 안개 때문에 발사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크리거 소장은 "구름이 많은 날은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가동되지 못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미사일을 쏘려고 마음먹은 '적(敵)'이 미국 본토 날씨가 맑은 날을 골라서 미사일을 발사할 리는 만무하다.
두 번째 의문점은 알래스카에서 쏘아 올린 표적 미사일에 자동 유도장치(homing device)를 달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크리거 소장은 "과거 미국이 실험을 할 때 요격 미사일 안내를 돕기 위해 표적 미사일에 유도장치를 달곤 했는데 이로 인해 실험자측은 실제 상황보다 훨씬 높은 성공률을 얻게 된다"고 주장했다. 만일 이번 시험에서도 자동유도장치를 달았다면 요격 성공의 의미는 크게 퇴색된다는 얘기다.
미사일을 쏘면서 상대방 요격 미사일을 안내해 주는 '친절한 적'이 존재할 리 역시 만무하다.
세 번째 의문점 역시 너무나 성공 지향적으로 조성돼 있었던 시험 환경에 관한 것이었다.
핵탄두를 발사할 때에는 요격을 방해하기 위해 여러 발의 '교란 미사일'을 함께 발사하게 되는데 이번 시험에서는 단 한 발의 미사일만 발사됐기 때문이다. 여러 발의 미사일 중 '진짜 미사일'을 찾아내는 능력에 대한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의문을 제기하며 크리거 소장은 "오버링 소장은 '이제 밤잠을 편하게 자게 됐다'고 했지만 다른 미국인들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들은 뒤에야 밤잠을 잘 수 있겠다"며 "실제 상황에서는 실패할게 뻔한 시험을 성공으로 위장하는 데 들인 노력과 돈을 '잠재적 적'들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투자하는 게 미국 평화를 위해 훨씬 값진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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