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다자회담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은 북한을 제외한 10개국 장관급 다자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왕광야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12일 "북한을 제외하고 대북정책을 논의할 경우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오히려 보다 많은 문제점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왕 대사는 "지금까지 이러한 아이디어는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일부 국가 역시 북한을 뺀 다자회담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 국가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자회담은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일본, 중국, 한국을 순방하며 언급한 것이다. 힐 차관보는 지난 11일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핵 사태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제안을 했다고 천 본부장이 전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자는 12일 다자회담에 대해 "두 달 전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그런 협의(10자회담)를 해도 달라진 게 없는데, 유엔에서 또 그런 (다자)회담을 한다고 해서 과연 거기서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 당국자는 또 다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 "중국은 기본적으로 (다자회담을) 해봐야 소용없다, 6자회담이 급선무다, 다자회담 많이 해서 북핵 해결에 도움될 게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왕 대사의 이날 발언은 이같은 관측을 확인해주는 동시에 다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 행정부의 고위관리는 12일 힐 차관보가 언급한 다자회담에 대해 "기존 6자회담을 대체하자는 뜻의 새로운 제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ARF 때 북한을 제외한 '장관급 10자회동'을 가졌고, '5+5 회동'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긴 했지만 6자회담은 여전히 북한 핵문제 해결의 핵심적 논의구조"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여타 6자회담 참여국들과 마찬가지로 6자회담 방식을 신뢰하고 있으며, 6자회담이 아닌 다자회동 등은 보완적인 논의구조일 뿐 6자회담을 대체하려는 뜻은 아니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왕 대사는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자신들의 입장을 다른 국가들과 연계하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아무런 조건 없이 6자회담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미국 역시 약간의 유연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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