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놓고 볼 때 가장 미혹(迷惑)되는 나이가 있으니 39세 무렵이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묘한 전환점 같은 것을 느끼는 나이가 있으니 45세, 우리나이로는 47세 무렵이다. 오늘은 이 나이가 될 때 무엇이 우리를 변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우리 인생은 18년을 한 주기로 해서 춘하추동의 네 계절을 이루게 되며 전체는 72년이다. 따라서 사람은 72년을 살고나면 사실상 다 산 셈이다. 그저 평소의 생활 습관이나 건강관리 상태에 따라 그 이후는 몇 년을 더 사느냐 할 뿐이다. 간단히 말해 여분(餘分)인 것이다.
먼저 45세라는 나이에 대해 얘기한다. 이 나이는 봄과 여름의 36년을 거쳐 가을 18년의 절반인 9년을 지났을 때가 된다. 이 무렵을 한 해의 순환으로 환산하면 밤이 낮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추분(秋分)이라 할 수 있다.
농사가 추분을 전후하여 수확이 절정에 오르듯이 우리의 삶도 45세 무렵이 바로 인생의 수확을 거둬들이는 시기이니 절정이라 할 수 있다.
45세까지 우리가 살아오면서 얻게 된 것들, 직장에서의 지위라든가 살고 있는 주택, 금전적 여유, 이런 것들만이 아니라 자녀라든가 삶에서 배운 지식과 지혜, 경험들 모두가 우리가 얻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나이가 되어 손에 쥔 것이라고는 무일푼에 경험밖에 없다면 그 또한 수확인 것이다. 앞으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45세, 우리나이로 47세 정도에서 과연 인생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확인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산 목록(stock list)을 한 번 작성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9월 23일경의 추분을 경계로 천지의 기운이 차가워지고 식어들 듯이 우리의 삶에서도 뜨거운 기운이 빠져나감을 느끼게 된다.
본시 열정(熱情)이란 생명체에 있어 번식을 위한 에너지이다. 다시 말해서 45세가 되면 우리 삶의 번식기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물론 그 이후로도 자녀들을 좀 더 뒷받침해주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는 않지만 그것은 사후관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가을걷이는 10월 23일경의 서리 내리는 계절인 상강(霜降)을 전후하여 완전 끝이 나고 가을 들녘은 공허해진다. 이를 인생의 나이로 치면 51세, 우리나이로 53세 무렵이다.
그 이후부터는 곳간에 쌓아놓은 곡식을 가져다가 먹으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즉, 앞서 말한 자산 목록을 관리하고 그로부터 빼먹으면서 사는 것이다.
따라서 51세 무렵이 되면 생식을 위한 삶도 끝났고 어느 정도 사후관리까지도 매듭지었으니 매정하게 말하면 죽어도 그만인 나이가 된 것이다. 힘이 들고 불운하지만 그럴 경우 자녀들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사람은 45세를 지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열의와 욕망, 그리고 야망이 삭아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51세가 되면 어느새 그런 더운 기운들이 빠져나갔음을 확인하게 된다.
45세 무렵이 수확기이니 얼마나 소출이 났는지 욕심어린 눈을 크게 뜨고 거둬들일 수도 있겠지만, 51세가 되면 그 또한 확인이 마무리된 지라 욕망의 열기가 식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39세의 나이에서 사람이 가장 미혹(迷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39세, 우리나이로 41세 무렵이다. 한 해의 순환에서 8월 22일 경의 절기인 처서(處暑)라 할 수 있다. 처서란 이제 더위가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다는 절기이니 반대로 보면 가장 뜨겁고 욕망으로 가득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나이의 젊은이들은 사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능력이나 체력이나 종합적으로 보면 최절정의 기량에 달했기에, 세상이 만만하게 보이는 것이 정상(正常)이다. 직장에서도 이제 위와 아래가 다 보이는 위치에 있고 사업을 해도 대박을 내는 선배들의 요령이나 기술도 곁눈질로 보았기에 스스로 욕심을 낼 만한 입장인 것이다. 쓰는 언사나 행동도 다소 거칠고 직정적이다.
하지만 사실 이 나이는 인생에서 가장 리스크가 높은 시기이기도 하다. 한 번 판단의 잘잘못에 따라 인생길이 크게 좌우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이 나이에 자신의 삶을 개척한다고 사업을 시작했다가 쪽박을 차는 경우도 있고, 어떤 이는 건실하게 해오던 장사를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간 곳이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성공 여부를 떠나 39세 무렵의 젊은이들이 한 가지 모르고 있는 사실은 45세를 전후해서 그리고 51세가 되면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열기가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체력과 젊음을 가졌으니 마치 영원할 것으로 착각하는 것, 그것을 자유재(free goods)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이 무렵 사람들이 지니는 대표적인 오류인 것이다.
공자는 40이면 불혹(不惑)의 나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옛날 삶이 대략 50년이던 세월의 얘기임을 알아야 한다. 평균 수명이 50이니 40이 되면 이제 10 년밖에 남지 않았기에 더 이상 혹할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인생의 사계(四季)가 72년이 된 시점에서 40은 미혹(迷惑)의 절정에 서있는 나이인 것이다. 하지만 공자는 마음을 닦아서 그 옛날에도 70이 넘도록 살았으니 묘한 일이다.
그리고 인간은 동물과는 구분되는 그 무엇이다.
이 말은 앞서 45세에서 51세 사이를 지나면 번식을 위한 시기는 완전히 끝났으니 곳간에서 가져다 먹는 세월이 된다고 했지만, 사람은 먹고 번식하기 위해서만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렇기에 빠르면 45세, 늦어도 51세부터는 제 2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전히 이 나이에도 돈도 벌고 출세도 하고 힘도 쓸 수 있는 시기이지만, 그렇게 한다 해도 실은 서서히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다른 그 무엇을 위해 준비해야 할 때인 것이다.
최근 우리사회도 조만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드니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 그런데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역할보다는 그들의 취약한 경제력에 대해 더 주의를 쏟는 편이다.
물론 복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것보다 무엇을 보람으로 삼아서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필자가 운명 상담을 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은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는 삶은 대개의 경우, 45세에서 51세를 지나면서부터 그 계기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돈'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천하의 정주영도 40 후반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고, 삼성의 이병철 회장도 마찬가지. 돈만 아니라 어떤 분야의 성공이든지 그것이 오래도록 평가받는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인생의 추분(秋分)과 상강(霜降)을 지난 이후에야 성공과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그 이전의 세월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공을 쌓아나가다가 열기가 빠지는 나이부터 힘을 내기 시작한 것이니 이 점이 말해주는 것이 무엇일까?
인생 중반 이후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런 야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번식을 위한 삶이 아니라, 뭔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성공이란 주변의 평을 얻게 되는 것이다.
열기는 식어들었지만 이들은 삶의 현장에서 다져진 귀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의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들뜬 정열이 아니라 냉철한 마음자세로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제 2의 삶을 사는 자세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 할 것 없이 39세의 젊은 사람들은 좀 더 기다릴 줄 아는 현명함이 요구된다면, 열기가 빠진 후의 삶에 있어 목표를 재정립하고 그를 위해 서두르지 않고 다가가는 삶은 사실 51세 이후에 오는 것이다.
목표가 너무 많은가? 아직 들떠있는 것이다. 목표가 보이지 않는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지난 번 동성애에 대한 글을 썼다가 독자들로부터 혹독한 질책을 들었다. 물론 메일로 보내온 글들이지만 그런 민감한 주제를 다소 안이하게 다루다보니 심사를 거슬리거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면이 있었나 보다. 사과를 드린다.
(알리는 말씀:
음양오행과 명리학 강좌 제 14 기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강좌는 9월 23일 토요일 시작되며(오후 4 - 8시), 주 1회 3개월간입니다. 삶과 세상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통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의 많은 참가 바랍니다. 메일이나 사무실 전화 02-534-7250 으로 문의를 주시면 되겠습니다.)
(전화:02-534-7250, E-mail :1tg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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