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 숨통 죄기'에 중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결의안 이행을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대적인 대북 제재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중국이 미국이 주도한 대북 제재 추진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은 안보리 결의 이후 처음이다.
원자바오 "북한 제재에 신중해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5일 <로이터> 등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평화와 친구, 시간이 필요하다"며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제재에 반기를 든 것이다.
친 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지지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입장을 좀 더 명확히 했다. 친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제재는 의도와는 정 반대의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는 제재 일변도의 움직임은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핵실험이나 추가 미사일 발사 등의 결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친 대변인은 "중국은 대화와 평화적인 해법을 통한 한반도 핵 평화 실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 중국이 반대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은 안보리 결의 이후 처음인데다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중국에 도착한 날 정부 고위인사들이 잇달아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은 '작심하고' 미국의 제재 조치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힐 차관보는 추이텐카이 및 허야페이 외교부 부장조리(차관급)와 회동 후 "북한의 미사일 실험 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1695호의 이행 방안에 대해 분명하게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을 뿐, 회담 결과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날 일본 방문을 마친 힐 차관보가 언급한 "6자회담을 대신할 다자간 협의체"에 대해서도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여전히 6자회담이 한반도 핵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효율적인 틀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북한 달래기', 美 변화 없인 어려워
중국의 이 같은 태도 변화를 두고는 북한과의 냉각기를 해소하려는 '제스처'라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북한이 중국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고 그 이후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한 이후 2개월 여간 양국 간에는 냉기류가 흘렀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미국의 북한 계좌 동결 조치에 중국 은행들이 협조하면서, 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 선뜻 성사되지 않으면서 '결별 징후'로까지 과잉 해석되기도 했다.
그간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그저 두고 볼 수 없어 회초리를 들었던 중국이지만, 전 세계 북한 자금줄을 추적 중인 미국이 대대적인 경제 제재 발표를 예고하며 합법적 자금까지도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식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현 상황은 수수방관할 수만도 없게 됐다.
미국의 완강한 제재가 계속되고 중국이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한 중국의 대북영향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만큼은 풀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설득해 핵 실험을 막고 6자회담 테이블로도 끌어내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해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에 '우방'이란 신뢰를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북-중 관계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그 온기가 당장 북-미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확고한 마당에 중국의 반대는 양 국간 의견 대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당분간은 한반도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며 "중국이 금융제재 완화 같은 '선물'을 만들어 내기도 어렵고 '선물'이 없는 한 김 위원장의 방중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제재의 칼을 휘두르는 한, 한반도 상황의 개선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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