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6자회담 재개의 불씨를 살려보려는 한국과 미국 등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27일 "9·19공동선언이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며 '6자회담 유용론'을 설파한 것을 기화로 회담 재개의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을 방문한 천영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 국무부 및 백악관 관계자들과의 연쇄회동에서 미국 측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대북 제재에 상응하는 외교적 노력"도 기울일 것을 요청했다.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천 본부장은 30일(현지시간) 니컬러스 번스 국무차관 및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각각 회동했다. 또 31일에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데니스 윌더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 대행 등 NSC 고위실무자들과도 만났다. 천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요청하는 한편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한국 정부의 구상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본부장은 31일 오후 귀국에 앞서 덜레스 공항에서 "제재 일변도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제재에 상응하는 외교적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이라며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노력의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천 본부장은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제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것이므로 반대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제재하는 만큼의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에 제안한 '외교적 노력'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는 특히 최근 제기되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북한이 파멸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우리와 다른 셈법이나 착각 때문에 미국을 움직이려면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이런 문제를 감안해도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30일 번스 차관과의 면담 후에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그 문제가 (번스와의 대화의) 초점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6자회담의 조기 재개가 중요하다고 할 때는 그 문제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번스 차관과) 6자회담 재개 방안에 관한 어떤 큰(broad) 아이디어들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北 "6자회담 우리가 더 하고 싶다" 발표서 실마리?
한편 힐 차관보는 내달 3~12일 일본, 중국, 한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9.19공동성명 1주년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지는 3개국 순방에서 힐 차관보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발표의 진의을 파악하고 각국의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힐 차관보의 동북아 순방 계획에 대해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가 아니라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방문하지만, 6자회담과 양자 및 지역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27일 북한 외무성의 담화에 대해 6자회담 복귀의 명분을 달라는 대미(對美) 메시지를 지닌 동시에 차후 대결적인 행동을 예고하는 양면적인 성격이 있다고 보면서도, 6자회담 복귀 '시그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속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이번에는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을 좋게 평가하고 있다"며 "명분만 주면 나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의 그같은 태도를 고려하면서 6자회담 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미정상회담을 대미 설득의 장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한미정상회담에 우리가 가장 역점을 둘 것은 비공식적으로라도 미국-북한의 채널을 가동해 직접 접촉해보라고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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