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국의 단속으로 올해 들어 탈북자들이 중국 국경을 거쳐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으로 밀입국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동남아 국가들까지 골치를 앓는 모습이다.
"태국이 '밀입국의 중간지대'로 악용될까 우려"
태국 현지 신문인 <더 네이션>은 이날 탈북자 집단 연행에 대한 국제 인권 단체들의 비난을 걱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탈북자들에 대한 미온적인 조치가 밀입국을 부추기게 되는 결과를 낳을까 경계하는 태국 정부의 난처한 입장을 전했다.
<더 네이션>은 "태국 정부는 북한에 남아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탈북자 문제는 조용히 다뤄져야 한다는 인권단체 측의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번 집단 연행 사태가 탈북자 문제를 법의 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는 국제단체들의 비난을 사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태국 정부는 중국 국경을 넘어 유입되는 탈북자들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북한 전문 라디오 채널인 <자유아시아 방송(ARF)>은 "태국은 오랫동안 탈북자들을 보호하는 한인교회에 큰 물의가 없는 한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과의 면담 때까지 두고 보면서 제3국 추방 형식으로 탈북자들이 희망하는 남한으로 보내는 등 인도주의적인 조처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밀입국하는 탈북자 수가 급증하면서 태국 정부도 긴장한 듯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키티 와시농드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태국이 새로운 '밀입국의 중간지대(a transit point for human smuggling)'로 악용될까 우려하고 있다"며 경고음을 냈다. 또 "같은 우려를 갖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밀입국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베트남, 라오스 등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탈북자 대응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태국 경찰은 탈북자 밀입국 조직에 대해 수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탈북자들은 물론 이를 보호하고 있는 한인교회나 민간단체까지 제재를 받을 우려가 있다.
작년 한해 태국에서 밀입국으로 체포된 탈북자는 80명, 그러나 올해는 그 수가 400명으로 늘어났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공안국 국경수비대가 올 들어 7월 말까지 탈북자 420명을 체포하는 등 중국 측의 단속이 심해지자 중국을 거쳐 동남아 국가로 밀입국하는 탈북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일반 시민들 역시 늘어난 탈북자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이다. 이번 집단 연행도 이웃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경우다. <ARF>는 "최근 들어 탈북자들이 급격히 늘어났고 태국어를 모르는 낮선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다는 것을 본 이 지역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이들을 체포하여 이민국 수용소로 송치하게 된 것"이라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탈북자 175명 대부분 "한국행" 희망
한편, 집단 연행된 탈북자들은 미국행에 관심을 보이는 서너 명을 제외하고서는 대부분이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신문인 <방콕 포스트>에 따르면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여행증명서를 받은 16명은 풀려났고 나머지는 UNHCR이 관리하는 '요주의 인물(people of concern)' 목록에 올라갔다. 이들은 밀입국 혐의로 24일 북방콕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고 규정대로라면 일인당 6000바트(15만 원 상당)의 벌금을 내야 석방되지만 구체적인 절차와 향후 일정을 두고는 관련 단체와 한국 대사관 측이 태국 정부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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