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모로코 스미르 항에서 이 단체의 낙태 시술선이 항구 안을 운항하고 있는 장면이 <AP>에 포착됐다. 당초 모로코 정부는 낙태 시술선의 스미르항 입항을 금지했다. <AP>는 모로코 당국이 항구 봉쇄조치를 취하기 전 이 단체가 먼저 배를 항구에 들여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파도 위 여성들'은 <BBC>에 이번 방문이 '개인의 자유를 위한 대안 운동(Alternative Movement for Individual Freedoms)' 이라고 불리는 모로코의 단체로부터 초청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로코 보건부 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낙태 시술은 허가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으며 정부 당국에 이 단체와 시술선의 진입을 금지하는 법을 적용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시술선은 지난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를 출발하여 4일(현지시간) 모로코 스미르 항구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모로코는 이 단체가 방문을 계획했던 첫 번째 무슬림 국가다.
▲ 네덜란드 단체 '파도 위 여성들'의 낙태시술선이 4일(현지시간) 모로코 스미르 항구안을 운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비(非)수술방법으로 여성들의 낙태를 돕는다
'파도 위 여성들'은 네덜란드 의사 레베카 곰퍼츠(Rebecca Gomperts) 가 지난 1999년 설립한 단체로, 수술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성의 낙태를 돕고 있다. 이들은 낙태가 불법인 국가 근처 공해에 닻을 내려 배를 고정시킨 뒤 임신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낙태 시술과 진찰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들은 임신한 지 6주 반이 경과한 여성들까지만 합법적인 비(非)수술 방법으로 낙태 시술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단체 설립 후 11년간 아일랜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인근의 공해에서 여성들에게 낙태 시술을 제공했다. 낙태 시술선에는 이동 진료소가 갖춰져 있고, 피임이나 임신과 관련한 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파도 위 여성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모로코 방문이 낙태 유도약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로코 여성들에게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또 피임과 낙태에 관해 상담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핫라인을 개설하기 위해서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04년 폴란드를 시작으로 2008년 에콰도르, 2009년 칠레에 각각 핫라인을 개설했다.
이 단체는 낙태가 불법으로 규정된 국가의 경우 여성들이 낙태 유도약이 아닌 다른 방법에 의존하면서 스스로를 위험한 상태에 노출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모로코 정부가 발표한 수치에 근거해 북아프리카에서 매일 600-800건의 낙태가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낙태 합법화 여론 형성에 큰 영향 끼쳐
'파도 위 여성들'은 낙태의 합법화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이다. 지난 2003년 폴란드에 낙태 시술선을 보낸 이후 폴란드 국민의 낙태 합법화 지지율이 44%에서 56%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4년 포르투갈에도 낙태 시술선을 보냈다. 그러나 포르투갈 당국의 봉쇄로 실질적인 낙태 시술 활동은 벌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2007년 포르투갈이 낙태를 일부 합법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해외에서의 활동 제약과 마찬가지로 자국에서도 단체 운영 자체가 금지될 뻔했던 위기가 있었다. 2004년 보수 성향의 네덜란드 정부가 낙태 선박의 활동 반경을 암스테르담 병원 25km 내로 제한하면서 해외 활동이 사실상 제한되기도 했다. 이후 2007년 재허가를 받았지만 2009년 정부가 낙태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이 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조기 낙태를 형법 저촉 대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개정법이 무효화되면서 지금까지 합법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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