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카나 마을 공습을 본 한국인들의 심경은 어떨까. 어린이 34명을 포함해 무고한 민간인 56명을 죽인 이스라엘에 대해 혀를 끌끌 차는 정도?
그러나 카나 공습의 배후에 미국의 묵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한국인들은 거의 없다. 한국 사람들은 흙먼지를 뒤집어 쓴 꼬마의 주검을 보며 미국이 분명 잘 못 가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번 확인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의 만장일치 통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왕따'가 된 백남순 북한 외상의 모습은 북한의 '고립'을 상징했다. 그러나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을 감행했을 때부터 최근까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휘두르는 철권을 목도한 한국인들에게 미국 역시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레바논 사태 한반도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여론
<시카고트리뷴>의 서울 특파원을 지낸 뒤 아시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도널드 커크는 2일 중동 사태를 보는 한국인들의 그같은 시각으로 인해 미국은 북한 못지않게 고립됐고, 따라서 군사 행동을 포함한 미국의 대북 강경책은 한국인들 때문에라도 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커크는 이날 홍콩의 인터넷 매체인 <아시아타임스(www.atimes.com)>에 게재한 분석기사에서 "레바논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미국의 이미지는 한국인들에게 '우리 동맹인 미국이 사태에 책임이 있고, 저런 일이 한반도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은 바로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에서 시작될 제2차 한국전쟁이다. 커크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악화되는 경제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에 현재의 군사·외교적 상황이 변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며 한국전쟁이 또 발발하는 상황을 그 무엇보다 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군다나 한국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한국인들은 미국의 대북 고립 정책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처지"라며 그러나 그 경우 "한국인들의 마음 속에 잠복된 반미주의가 활활 타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은 누가 뭐래도 보수적으로 흘러가고 있고 급진적인 시위는 설득력을 잃었다"고 진단하면서도 미국의 대북 강경책이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미국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또 "특히 북한을 고립시키자는 미국의 이야기는 이스라엘군의 카나 공습 이후 의미를 잃어버렸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배후에 있는 이란과 시리아가 카나 공습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그 주장을 받아들일 사람들은 거의 없고 따라서 고립된 것은 바로 미국이다"고 단언했다.
'참고 견디겠다'는 북한의 메시지
한편 미국의 고립은 북한과 중동에서 취하는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인 반면, 북한의 고립은 다분히 전략적이고 불완전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백남순 북한 외상이 ARF에서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고 그 후 아리랑 공연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하는 등의 태도는 "우리는 참고 견딜 것이고 미국이 금융제재를 풀기 전까지 무엇도 양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고립이 불완전한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커크는 미국이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첫번째 조치였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이빨이 빠진 것"이라며 "ARF에 온 중국의 외교관리들은 유엔의 어떤 대북 제재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RF에서 미국이 제안했던 8자회담에 맞서 북한에 호의적인 인도네시아와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뉴질랜드를 넣어 10자회담을 만듦으로써 회담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 중국의 태도는 북한의 완벽한 고립을 원치 않음을 보여줬다.
그는 또 "백악관은 북한이 달러화뿐만 아니라 위안화까지 위조한 데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중국 은행에 있는 북한 계좌를 동결시키는 것을 보고 환희를 느꼈다"면서도 "그러나 그같은 중국의 조치가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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