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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무려 10자회동'에서 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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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무려 10자회동'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중국의 5자회담 '거부'가 핵심이다

28일 현재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대해 날아오는 언론 보도들은 북한을 뺀 8자회담 개최에 대한 것들로 가득하다.
  
  북한이 6자회담 참가국간 외교장관 회담을 거부함에 따라 미국 주도로 북한을 뺀 5개국과 캐나다, 호주, 말레이시아 외교장관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28일에는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까지 참석해 10자회동으로 늘어났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이날 오후 열릴 이 회동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6자회담 복귀를 국제적으로 압박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인 분위기다.
  
  이 회담은 미국이 제의했고, 한국이 '메신저' 역할을 했으며, 중국의 전격적인 동의로 이뤄지게 됐다고 한다. 10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동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안 찬성, 미국 영사관에 머물던 탈북자들에 대한 미국 송환 동의, 중국은행(BOC) 마카오지점의 북한 계좌 동결에 이어 '중국의 대북(對北) 변심론'에 또하나의 논거로 활용될 조짐이다.
  
  <동아일보>는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이 백남순 북한 외상을 만난 자리에서 눈길 한번 안 줬다며 '변심이 분명하다'는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이는 '중국도 그럴진대 한국도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에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6자든, 7자든, 8자는 좋다'는 속뜻은?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중국이 8자회담에 합의했다는 게 아니라 '북한을 뺀 5자회담'을 한사코 거부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당초 북한이 6자 외교장관 회담을 거부할 경우 5자회동이라도 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5자회동에 대한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26일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8자회동 (혹은 그보다 더 많은 국가가 참가하는 회동) 카드를 설명했다. 이에 리 부장은 "6자든, 7자든, 8자든 좋다"며 받아들였고, 백남순 북한 외상이 27일 콸라룸푸르에 도착해 "미국이 금융제재를 풀지 않는 한 6자회담은 없다"고 선언함으로써 10자회동으로 최종 결정났다.
  
  그러나 10자회동이라는 최종 결과물을 가지고 중국이 북한에 등을 돌리고 국제사회의 압박에 동참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평가다. 이는 중국이 인내와 고집으로 북한에 대한 무력 제재 가능성이 있는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하지 않은 '알맹이 빠진' 안보리 결의안을 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의안 찬성이라는 최종 행위만을 가지고 중국 변심론을 설파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콸라룸푸르에서의 5자회동을 끝내 거부했고, "6자든, 7자든, 8자는 좋다"는 리 부장의 말 앞에는 '5자가 아니라면'이란 중요한 말이 빠져있다. 그걸 따지지 않고 중국이 10자회동에 참가했다는 결과 하나만으로 의미를 두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G8 대북 성명에 동의…중국은 '아세안+3' 성명에 동의
  
  그렇다면 중국은 왜 10자회동에 흔쾌히 동의했을까. 그것은 그것이 ARF에서 흔히 있는 여러 조합의 모임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10자회동의 주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6자회담 복귀 문제로 한정되겠지만, 특별히 어떤 '공동행동'을 약속할 수도 없고 6자회담에 관해 원칙적인 언급이나 할 수 있는 자리에 불과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을 결정적으로 압박하는 행동을 거부하면서도 일반적인 수준의 행동에는 참석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흐름을 특별히 거스르지 않으려는 중국의 전술이 또한번 발휘된 것이다.
  
  이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안에 반대하던 러시아가 지난 1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렸던 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별도 성명을 발표하는 데에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중국은 26일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6자회담의 재개를 촉구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는 의장 언론성명에 어깃장을 놓지 않았다.
  
  또 이번 ARF의 의장국인 말레이시아가 참여하는 것도 10자회동의 알맹이가 별로 없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어느 참여국에라도 소홀할 수 없는 의장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아무리 압박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강력한 무언가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10자회동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무엇인가를 내놓더라도 그 압박이 추상적이고 공허한 것에 불과할 공산이 크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물론이고 러시아가 아무 소리 없이 동의한 G8 성명에도 못 미칠 게 뻔해 중국이 참여를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ARF 자체가 국제사회의 분쟁에 공동대응하는 집단안보체제 같은 적극적인 개념의 회의가 아니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한국은 외교를 하긴 하는 것인가?
  
  한편, 일각에서는 5자회동이 됐건 10자회동이 됐건 미국이 제시한 '북한을 뺀' 회동에 한국이 '메신저' 역할을 자청해 중국을 설득하고 결국 10자회동의 산파 역할을 하는 행동이 과연 타당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10자회동의 성사를 위해 먼저 한국과 협의한 듯하다. 이를 위해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콸라룸푸르에 가기 위해 서울에 기착한 후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한국측 대표단과 비행기에 동승해 10자회동에 대한 기본 협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후 중국의 '5자회동 거부'가 확실시되자 반 장관은 리 부장에게 10자회동을 제안해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처럼 미국이 사실상 '자기네 편'인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까지 포함시켜 추진하는 다자회동은 북한을 강력히 압박하기 위한 게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그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미국의 심부름꾼을 자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가 안팎에서는 '미국이 실패했다는 말을 못할 게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발언 등으로 짐짓 독자적인 외교노선을 가는 듯 보였던 한국이 결국은 또 미국의 손발 노릇만 하고 대북 '왕따' 정책에 앞장선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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