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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동원호 열악한 상황은 오해…협상 다 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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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동원호 열악한 상황은 오해…협상 다 돼가"

정부 "식량·건강 상태 양호"…선원들 "식량 바닥"

4월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무장세력에 피랍, 3개월째 억류돼 있는 동원수산 소속의 동원호 선원 25명의 비참한 생활과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협상 태도가 25일 MBC 프로그램 <PD 수첩>을 통해 공개된 데 대해, 외교부는 "MBC 보도로 인해 석방협상에 차질을 초래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26일 "동원호 석방협상이 지난 주말쯤 타결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국에서 취재에 들어가자 납치범들이 선원들의 몸값을 높여 부르기 시작했고 협상에 어려움이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부는 '선원들의 선상 생활이 열악하다', '정부의 협상 노력이 미진했다'는 등 <PD 수첩>을 통해 지적된 문제들을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 선상에 총기를 배치한 소말리아 해적들, 이 총의 위협에 동원호 선원들은 원양어업을 위해 준비해간 생필품들을 모두 빼앗겼다ⓒMBC <PD수첩>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테러리스트와 공식 협상을 할 수 없는 관계로 정부는 동원수산 뒤에서 협상을 도와 왔던 것"이라며 "김선일 사건 이후 한국인의 납치 사건이라면 외교부 전체에 초비상이 걸리는 마당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명환 외교부 차관도 이날 열린우리당을 찾아가 "현재 동원호 선장과는 무선으로 매일 통화를 하면서 선원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며 "건강상의 문제는 없고 식량상태도 양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같은 대화 내용을 전하면서 "어제 방송에서 이 문제가 아주 열악한 것으로 보도돼 오해를 풀기 위해 유 차관이 찾아 왔다"고 전했다.

"동원호, 현지에서 담판 지으면 며칠 만에 해결될 듯"

외교부의 이 같은 반응에 현지취재를 맡았던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는 "정부가 정말 동원호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소말리아 현지에 협상단을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PD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동원호를 납치한 무장세력은 다른 정치적 목적이 없는, 그저 돈만 바라는 말 그대로 해적"이라며 "이전에도 외국 어선들을 납치한 뒤 돈을 받고 풀어준 사례가 있으니 현지에서 담판을 지으면 며칠 만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PD는 "방송이 협상단의 입지를 약화시켰다"는 외교부의 원망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PD는 "인터넷은커녕 라디오도 제대로 못 듣는 해적들이 '외신을 통해 방송을 접할 수 있다'는 외교부의 주장은 현지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이라며 "해적들은 내가 취재해 간 내용이 한국에 방송되는 것에 대한 의미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PD는 "심지어 외교부와 동원수산 측은 내가 해적들과 공모했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어 나로서도 억울한 점이 많다"며 "범죄인도 아닌 저널리스트의 정당한 취재 활동을 음해하고 패널티를 주려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대사관도 움직이는데, 우리 정부는 뭐 하나"…<PD수첩> 내용 요약
▲ 100일 넘도록 해상에서 억류당한 동원호 선원 25명ⓒMBC <PD수첩>

지난 4월 포획된 동원호에는 한국인 8명을 포함한 25명의 선원이 억류돼 있다. 그간 5명이 풍토병인 말라리아에 걸렸었다. 방한복, 유니폼 등 멀쩡한 옷가지들은 해적들에게 다 빼앗기고 기계를 닦기 위해 모아온 헌 옷들을 입고 있는 선원들은 마치 난민 같은 모습이었다.

"협상 막바지"란 정부와 협상단의 말만 믿고 100여 일을 기다리는 동안 원양어업을 위해 창고를 가득 채워 준비해 갔던 생필품도 이젠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황상기 기관장은 "이제는 10~20일밖에 못 버틴다"며 취재진에게 "힘을 좀 써 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협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정부와 회사(동원수산)의 말만 믿고 이제나 저제나 협상 타결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소말리아 현지에 나가 있는 협상팀은 아무도 없다. 가장 가까운 대사관은 케냐 나이로비에, 회사측 관계자들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전화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소말리아 현지는 굉장히 위험한 곳"이란 말로 현지에 협상팀이 가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해적의 근거지인 하라데레 마을에는 전화기가 세 대뿐이다. 하루 종일 전화통에 매달려도 통화 한 번 성사되기가 힘들었다. 인구 300명 중 영어 통역이 가능한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선원들조차 "전화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부는 "과도정부의 대통령, 국무총리 등을 접촉하고 있다"며 협상 노력을 강조하지만, 91년부터 내전에 들어간 소말리아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는 것이 현지의 판단이다.

25명의 선원 중에는 중국 국적을 가진 3명의 조선족도 포함돼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에디오피아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연락을 취해 "따로 석방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해적들이 '일괄 협상'을 주장한 탓에 협상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한국 선원들은 "중국 대사관도 움직이는데 우리 정부는 뭐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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