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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과 '양자담판', 접점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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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과 '양자담판', 접점은 없나?

한반도 브리핑 <15> 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심화된 한반도 위기가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요동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통과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가 진행되면서 미국과 일본 중심의 대북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반면, 북한은 대북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며 자위력 강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기도, 그렇다고 북한을 설득할 만한 실효성 있는 뾰족한 방법 찾기도 쉽지 않은 가운데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다웨이 부부장의 중국 방문 이후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중국의 이례적인 행보는 최근 들어 북중 간에 균열구조가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한국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쌀 비료 중단을 서둘러 결정하고 장관급 회담 결렬까지 불사하는 바람에 결국 남북관계 자체의 위협상황까지 맞게 되었다. 중국의 대북 설득이 여의치 않음은 물론이고 한국 역시 남북관계 위기 속에서 대북 설득의 채널마저 상실하게 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왜 대북제재 안보리 결의안에 '기권'도 아닌 '찬성'을 했을까?

이제 유엔 결의안이 통과된 마당에 북의 추가 도발이나 위협행위가 있을 경우 국제사회는 진전된 제재를 결의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결의안이 무력제재를 배제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이 북한의 잘못에 대한 지적과 북한의 행동 교정만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대북 제재와 압박에 국제적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었고 추가적인 상황악화의 경우 이번 결의안에 근거해 대북 제재의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위협적이다.

이같은 위험성을 알면서도 중국이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한 것은 무언가 북중간에 심각한 이견이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중국의 국가전략과 동북아 이해관계에 근거할 때 어떤 경우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미국식 북한변환은 수용하기 힘들고 특히 한반도에 미국의 지배력이 확대되는 방향으로의 세력변화는 당연히 용납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동안 미국의 끈질긴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일정하게 두둔할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추후 대북 제재의 국제법적 토대를 제공하는 이번 결의안에 중국이 기권도 아닌 찬성표를 던진 것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리가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지금 전개되고 있는 미사일 위기의 핵심적 전선으로서 '6자회담과 양자담판'의 갈등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의 시종일관한 전략적 요구는 바로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얻어내는 것이었고, 이에 대한 미국의 시종여일한 대응 역시 바로 북한과의 양자협상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중국이 북한과 합의할 수 없었던 부분도 결국은 6자회담에 대한 의견 차이였다. 한국 역시 지금의 핵심적 갈등구조를 정확히 간파해야 향후 올바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 미국은 제2차 북핵문제를 북한과 미국의 대결관계의 산물로 보지 않고 불량국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확산 규범의 요구로 보고 있어 6자회담이나 유엔 안보리 같은 다자간의 문제로 삼으려 하고 있다. 사진은 6자회담의 한 장면. ⓒ연합뉴스

본래 미국이 2차 북핵 위기 이후 6자회담을 일관되게 견지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은 북핵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즉 2차 북핵문제를 북한과 미국의 대결관계의 산물로 보지 않고 불량국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확산 규범의 요구로서 이 문제를 보는 것이었다. 따라서 6자회담 자체는 북한의 WMD 확산이라는 근본적 잘못에 대해 비확산이라는 국제적 규범을 적용하는, 지극히 정당한 해결책이고 미국에겐 양보하거나 책임을 물을 게 없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북한은 2차 북핵문제 역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산물이고 북미간의 정치적 사안이며 오히려 북미 제네바 양자합의를 미국이 어긴 결과물이다는 인식이었고 따라서 북한에게 이 문제는 북미 양자 협상으로 풀어야 할 것이었다.

이처럼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접근방식의 근본적 차이가 바로 '6자'와 '양자'라는 이견을 가져왔고, 당연히 그에 따라 문제해결의 방식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비확산이라는 국제규범과 북한의 대결 구조에서는 북한이 무조건 핵을 전면 포기하고 굴복하는 '선행동' 혹은 '리비아식' 외에 방법이 없었고, 북미간의 대결의 산물이라는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및 양자 관계개선이 북한의 대미 핵포기와 맞교환되어야 하는 일괄타결의 방법이 정당한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9.19 공동성명이 도출될 당시만 해도 북한의 입장은 6자회담에서 자신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결렬과 무산, 재개와 난항 끝에 어렵게 합의된 9.19 공동성명의 내용이 북한의 전략적 요구에 대부분 부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국도 '6자회담' 틀 원한다

그러나 9.19 채택 이후 경수로 건설 시기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 그리고 BDA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사태가 벌어지면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며 9.19에 명시된 바의 '상호 주권 존중과 평화 공존'의 정신이 관철되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고 이에 따라 금융제재 해제를 전제 조건으로 삼아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게 되었다.

9.19 공동성명 이후 미국의 본격적인 대북 정책이 근본적 체제전환을 위한 본격적 압박 기조로 정리되면서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에서 자신의 요구사항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7월 5일에 쏘아 올린 북한의 미사일은 이같은 교착된 국면을 돌파하려는 의도에서 미국으로 하여금 북미 양자 담판에 응하도록 압박하는 북한식 벼랑끝 전술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유엔을 끌어 들여 지금의 북한 문제를 6자를 넘는 '국제사회 대 북한'의 완벽한 다자구도로 전환시켜 버렸다. 북한이 굴복할 정도의 대북 제재가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지금 시기 중동 이외 지역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데다가 북한 문제는 6자회담과 유엔이라는 다자의 틀 안에서 현상 유지와 상황 관리 정도로 '방치'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6자회담이나 유엔의 다자 구도에 한국과 중국도 끌어 들임으로써 북한의 양자 협상 요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뿐 아니라, 상황이 마련된다면 본격적인 대북 제재도 추진함으로써 북한의 근본적 체제전환을 시도해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 최근 힐 차관보가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요구하며 한반도에 상황변화가 생기더라도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겠다며 중국을 안심시키는 발언을 한 것도 사실은 6자 틀 속에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였다.
▲ 북한은 2차 북핵문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산물이고 북미간의 정치적 사안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끊임없이 북미 양자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왼쪽)와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오른쪽)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결국 지금의 북미간 핵심 갈등 구조가 '6자 대 양자'의 쟁점이라면 여기에 대한 중국의 생각은 북한과 동일하지 않다. 중국이 미래 한반도 구도나 동북아 정세를 고려하면 당연히 북한을 자신의 영향력 하에 두고 북중간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당장 6자회담이라는 틀을 북한의 요구에 의해 포기하기에는 중국에게 너무 아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은 중국의 외교적 능력을 과시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일 뿐 아니라 미국과 대등하게 동북아 다자 협력의 주도권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동북아의 불안정한 구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다자회담이자 다자협력의 모태가 될 수 있는 6자회담을 중국이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것이다. 북미 양자 구도가 될 경우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역관계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발언권은 다른 나라들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었다. 따라서 중국은 이번 안보리 결의를 통해서라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요구했고 사실 결의안이 담고 있는 최종 목적 역시 6자회담 프로세스의 재개였다. 우다웨이의 방북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도 아마도 이에 대한 북중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외에도 중국은 경제발전을 추진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미국의 금융제재 고수 입장을 나서서 해결하지 못하는 형국이고 이에 대한 북한의 섭섭함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북미간 힘겨루기가 되고 있는 BDA에 대해 자국 영토 안의 은행임에도 중국이 북한 편을 들 수 없음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래저래 북한에게 중국은 불만스러운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6자회담과 양자담판의 병행, 추구해야

지난 5월초 북한이 남북 관계 진전을 통해 한반도 정세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남측 정부의 의지에 일정하게 관심을 가졌던 것 역시 그 바탕에는 북미 양자 협상의 통로로서 남북관계 진전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2000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남북관계의 극적 진전을 가져오고 그것이 주도한 한반도 정세는 결국 2000년 10월 조명록 차수의 방미와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 그리고 조미 공동코뮤니케의 발표를 이루어냈다. 마찬가지로 2002년 4월 임동원 장관의 특사 방북으로 남북관계 복원을 가져오면서 그 정세의 여파로 북은 그해 9월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즉 미국의 대북 압박과 중국의 6자회담 복귀 요구가 여전한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자신의 전략적 요구사항인 북미 양자 담판을 얻기 위한 정세로서 남북관계 진전을 생각해 보았던 것이다. 남북관계 진전이 한국의 대미 발언권을 강화시켜주고 결국 한국의 대미설득으로 북미간 협상에 의한 문제해결이 가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사실상 김대중 정부 이후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적극 지지 지원하는 입장이었고 실제로 수차례 6자회담에서도 북미간 직접 접촉과 양자 대화를 적극 주선하기도 했다.

그러나 5월 초에 조성된 남북 주도의 한반도 정세 돌파 노력은 한국의 적극적 의지 부족과 정부의 미숙한 준비, 그리고 이에 대한 북한의 감정적 대응으로 물거품이 되었고 급기야 북한은 미국을 직접 양자 협상 테이블로 끌기 위해 미사일 발사라는 벼랑끝 전술을 선택했다. 한국 정부는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지금 사태의 본질을 해결하기 보다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쌀 비료 중단과 장관급 회담 결렬이라는 실책을 범했고 그 결과로 남북관계는 기본적인 신뢰마저 위협받게 되었다.

4차 6자회담이 장기 소강 중이었던 2005년,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의 유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6.17 김정일 면담을 이끌어 냈고 이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6자회담 복귀를 유도했으며 아울러 6.11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부시 대통령의 '미스터' 발언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 결과로 어렵사리 4차 6자회담이 개최되었고 결국 9.19라는 로드맵이 도출된 것이었다.

한국 정부가 미일이 주도하는 제재국면에 동참하고 남북관계 경색을 방치할 경우,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미국 페이스에 끌려가게 될 수밖에 없다. 1차 북핵위기 당시 김영삼 정부처럼 남북관계 파탄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결국 북미간 극적 타결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철저하게 소외될 것이며 다시 남북관계를 복원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멋모르고 미국을 따라갔다가 호되게 당하고 남북관계의 원상복구마저 버거운 난감한 지경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미사일 위기의 해결책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양자 요구와 미국의 다자 고집이 절충점을 찾지 못하는 형국에서 한국은 시급히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대북 설득의 통로와 지렛대를 마련하고 동시에 불필요한 한미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한미공조의 정신에 토대해 대미 설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9월 한미정상회담을 주목한다

6자와 양자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접점은 결코 미국이 주장하는 바의 '6자회담 내 양자 접촉'이 아니다. 이는 북이 받을 수 있는 게 못된다. 물론 북한 요구대로 6자회담을 완전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없다. 북한도 서명한 9.19 성명이 바로 6자회담에서 합의된 만큼 북미간 양자 담판을 진행하되 그와 병행해서 6자회담은 지속되어야 한다.
▲ 9월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 향후 한반도 정세의 운명을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장면. ⓒ연합뉴스

결국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북미의 타협지점은 최소한 금융제재와 관련된 미국의 최소한의 성의를 전제로 북이 6자회담에 복귀하되,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제재 해제 문제와 미사일 발사 중지 문제를 다루기 위한 북미간 양자 회담을 따로 병행해서 진행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북은 양자협상이 수용되지 않고 대북 제재가 가시화될 경우 오히려 더 강경한 벼랑끝 전술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역시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덥석 양자협상 요구를 받을 수 없다. 북한의 양자 요구와 미국의 6자 요구가 일정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지금 위기의 해결책은 난망한 것이다.

결국 북한과 미국 모두 체면을 구기지 않는 범위에서 상호 요구사항을 적절히 절충하면서도 향후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남북관계 복원과 유지를 통해 북에게 6자회담 복귀를 꾸준히 설득하고 남북관계 진전을 이루어냄과 동시에 한미관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미국에게 대북 협상에 나설 것을 진지하게 설명하고 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9월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 향후 한반도 정세의 운명을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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