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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산가족 상봉 중단' 선언…숨은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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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산가족 상봉 중단' 선언…숨은 뜻은?

쌀지원-이산상봉 하나의 '패키지'로 다루려

북한은 19일 남측이 지난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회피했다는 이유로 8.15 이산가족 특별 상봉 행사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건설을 중단한다고 선언해 파장을 몰고왔다.
  
  장재언 북한 적십자사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보낸 편지에서 "19차 북남상급(장관급) 회담에서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입장으로부터 출발해 오는 추석을 계기로 흩어진 가족·친척들의 금강산 직접상봉과 화상상봉을 실현하는 데 대한 우리측(북측)의 성의있는 제안을 외면하고 토의하는 것조차 회피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측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북남 사이에 그동안 상부상조의 원칙에서 인도주의적 사업으로 진행해 오던 쌀과 비료제공까지 일방적으로 거부했다"며 "이는 최근 우리를 적대시하면서 반공화국 제재소동을 악랄하게 벌이고 있는 미국·일본에 동족 사이의 인도주의적 사업을 팔아먹은 것과 같은 반민족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북측은 "귀측이 동족 사이의 인도적 문제까지도 불순한 목적에 악용하여 외세에 팔아먹은 조건에서 북남 사이에는 인도적 문제라는 것이 사실상 존재를 마치게 되었다"며 "우리측은 북남 사이에는 더 이상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게 되었고 인도주의 문제와 관련한 그 어떤 논의도 할 수 없게 됐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북측은 아울러 "(남측이) 민족 앞에 저지른 반인도주의적이며 반민족적인 처사의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고 당국의 그릇된 처사에 응당한 항의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관급회담 결렬 당시 성명이 열쇠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중단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의도는 무엇인가.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나온 이산가족 상봉 관련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장관급회담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4가지 의제를 제기하면서 4번째 항목으로 '동포애와 인도주의적인 협조를 한단계 발전시키기 위해' 남측에게 쌀 50만 톤과 경공업(비누, 의류, 신발) 원자재 제공을 요청하는 동시에 추석 명절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대면상봉과 화상상봉을 제의했다.
  
  그러나 남측은 회담 전 천명했던 바와 같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출구'가 나올 때까지는 어떤 논의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북한의 모든 제안에 대한 논의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측 대표단은 예정된 회담 일정을 하루 앞당겨 철수하기로 했고, 떠나기 직전인 13일 오후 열린 종결회의 도중 남측 기자들에게 성명서를 배포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북측 대표단은 이 성명에서 남측이 이산가족상봉에 관한 논의조차 거부했던 점을 들며 "6.15공동선언의 이념을 저버리고 동족을 적대시하는 비이성적인 태도"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과정으로 볼 때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쌀·비료 지원을 인도주의적 사업이라는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뒤, 쌀·비료가 제공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도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남측에 쌀·비료 제공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또 남측이 미사일과 6자회담만을 논의하겠다고 공개한 마당에 회담 결렬이 뻔하다는 북측의 사전판단에 따라 결렬의 책임을 남측에게 돌리는 동시에, 자신들은 인도주의적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도덕적 명분'을 챙기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장재언 북한 적십자회 위원장의 이날 '편지'도 이와 동일한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이날 <SBS>와의 대담에서 "북한이 빨리 문제를 해결해서 (쌀과 비료) 지원을 재개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사태 장기화할 경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질수도
  
  정부는 북한의 전격적인 중단 선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미사일과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한 출구가 마련되기 전에는 쌀·비료 지원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은 북측으로부터 미사일·6자회담 문제의 해법이 나오기 전까지 이산가족 상봉 중단 상황도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정부도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비판을 받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장관은 "우리가 영구히 (쌀과 비료를) 안 줄 수 없고, 안 준다면 이 사태가 영구히 해결 안 된다는 뜻"이라며 "보다 빠른 시간에 인도적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보고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빠르게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당장은 소강상태인데 시간이 지나면 복구된다고 생각한다. 미사일 문제의 출구를 찾으면 좋겠다"고 말해 '미사일·6자회담 우선 해결' 입장을 거듭 밝혔다.
  
  통일부 양창석 공보관은 "이산가족들에게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대북지원이 재개되도록 상황 호전을 위해 북한이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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