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라가 참석하는 게 바람직하다. 6자가 아닌 5자가 될지 안 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5일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
"5자회담은 6자회담의 대안이 아니다. (…) 우리로서도 5자회담은 목표가 아니다." (8일 6자회담 수석대표 천영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지금은 6자회담에 중점을 두고 있다." (10일 송민순 실장)
"(5자회담 개최와 관련한) 공감대들이 다 모아져 있지 않다. (…)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입장이 반영된 회의 개최를 희망할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13일 서주석 청와대 통일정책안보수석)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고 실제 이를 실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그게 안되면 허송세월로 그냥 보낼 수는 없다. (…) 북한이 안 나오면 5자회담으로 갈 수밖에 없다." (18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
그간 오락가락하던 '5자회담'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17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갖고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노력하되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경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동'이라도 열기로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워싱턴 시내 한 음식점에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오찬 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5자회담이 열릴 경우 "대북 제재안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9.19공동성명에 북한에 제공할 혜택이 있으니 그것을 어떻게 제공할 것이냐를 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도 "어떤 이유로든 북한의 6자회담 불참으로 5자회담이 열리면 6자회담을 작동케 한다는 정신에 따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자회담 개최 일정에 대해 두 수석대표는 "북한이 가능한 한 빨리 6자회담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할 뿐 시한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북한이 안보리 결의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며칠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메시지를 이해할지 보자"고 말해 당장 추진하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5자회담 개최 여부에 관건인 중국의 입장과 관련해 천 본부장은 "러시아는 문제 없는 것 같고, (당초 반대하던) 중국도 지난 며칠동안 조금 융통성이 생긴 것 같은데, 더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특히 5자회담이 열릴 경우 9.19 공동성명 이행 방안과 관련, "6자회담의 조직ㆍ운영 개선안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실무그룹을 만들어 회담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도록 해 진도를 빨리 나가게 하는 방안 △정례화 방안 등을 한국이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5자회담, 현실성·타당성 의문
5자회담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이 지난 5일 미국을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을 때다. 당시 송 실장은 "(5자회담에 대해) 단정적으로 안 된다고는 말하기 어렵다"며 미국과의 협의에서 5자회담 개최 방안을 논의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천영우 본부장은 8일 방한한 힐 차관보와의 만남에서 "5자회담은 목표가 아니다"고 부인했고, 귀국한 송 실장 역시 10일 "6자회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처럼 5자회담을 부정적으로 본 것은 우선 중국의 반대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중국은 시종 6자회담이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메커니즘이라고 믿고 있다"며 5자회담 반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바 있다.
또 5자회담이 열린다면 자칫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춰져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같은 기류가 다시 5자회담 추진쪽으로 바뀐 것은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결의안이 통과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만큼 5자회담에도 참석 못할 게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중국도 지난 며칠동안 조금 융통성이 생긴 것 같다"는 천 본부장의 말은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중국을 방문중인 이규형 외교부 제2차관도 "중국도 5자회담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밝히고 5자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해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도 가능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대신 천 본부장은 "9.19공동성명에 북한에 제공할 혜택이 있으니 그것을 어떻게 제공할 것이냐를 주로 논의하게 될 것"이란 말로 5자회담이 대북 '포위 전술'로 비춰지는 것을 차단하려 했다. 회담을 '5자회담'이 아닌 '5자회동'이라고 부른 것으로 같은 이유다.
힐 차관보 "6자회담만 들어오면 나를 지겨울 정도로 만날 것"
한편 이날 워싱턴 회동에서 천 본부장은 유엔 대북 결의 이행방안에 관해 힐 차관보와 어떤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결의 이행의 의무 대부분은 북한에 있으므로 이행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결의를 무시하고 다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천 본부장과) 많은 문제(questions)에 관해 논의했다"면서도 "가정적인 질문"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안보리 결의가 "매우 강력하고 명백한 신호"임을 거듭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또 안보리 결의에 따른 추가 대북 제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결의는 모든 회원국에 대북 감시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므로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어떻게 감시를 강화할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며, 미국은 미국 입장에서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 양자대화에 대해 "북한이 6자회담 거부를 중단하면, 북한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로, 나를 지겨워할 정도에 이르기까지 많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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