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도 '박근혜계'가 맡아서야 되겠나"
13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와 전 의장은 전체 119표 중 67표를 받아 50표를 얻은 김무성 원내대표-이경재 정책위의장 후보 조를 따돌렸다.
김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1년 반 후 한나라당 정권을 세우는 데 온 몸을 바치겠다"며 "대권후보 누구로부터도 줄세우기를 강요받거나, 또 내가 줄세우기를 강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희망했던 김무성 후보가 원내대표 쪽으로 목표를 바꿨을 때만 해도 김 후보의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이틀 전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리인'으로 꼽히는 강재섭 대표가 당권을 잡자 기류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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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쟁취에 실패한 '이명박계'에 비상이 걸렸고, 소장파와 중도 그룹에서도 "2인자까지 '박근혜계'가 맡아서야 되겠나"는 경고음이 흘렀다. 대구 경북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수가 많은 의원이 맡는 게 낫지 않냐"는 사인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김형오 의원은 4선, 김무성 의원은 3선이다.
김무성 후보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 대표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공격거리였다. 이날 경선 직전 열린 토론회에서도 김 대표는 "김 후보가 특정 대선주자를 거론한 직후부터 전당대회가 '대리전'이란 비난이 나왔다"고 공격했다. 김 후보는 "도저히 1분 안에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결국 김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결점 아닌 결점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에서 연달아 두 번 패배하는 결과가 됐다. 김 후보는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같은 이유로 견제를 받아 이재오 전 원내대표에게 밀려났다.
박 전 대표, 투표만 하고 조용히 자리 떠
김 대표의 당선으로 '박근혜 계'가 1,2인자 자리를 모두 꿰차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김 대표 역시 박 전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만큼, 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한나라당이 박근혜 당이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박 전 대표는 투표가 시작될 즈음 의총장에 나타나 투표권만 행사하고 자리를 떴다.
원내대표 자리를 물려줘야 할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도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측근을 통해 "원내대표를 새로 뽑는 날, 언론이 나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둬서 당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 투표를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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