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금융중심지 뭄바이의 통근 열차에서 11일 저녁 퇴근시간대에 총 8건의 연쇄폭탄 테러가 발생해 150여 명이 사망했다.
현지 뉴스전문 케이블 방송인 NDTV는 이날 테러로 137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고 전했으나 초기 혼란으로 사태 파악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데다 중상자가 많아 시간이 갈수록 사상자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도 137명이 사망하고 45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번 테러가 퇴근 시간대의 무고한 통근자들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발생 = 뭄바이를 뒤흔든 첫번째 폭발은 오후 6시9분(현지시각) 카르역과 마힘역 사이를 운행중이던 열차의 1등칸에서 발생했다. 이 열차는 처치게이트에서 출발해 보리발리로 향하던 중이었다.
NDTV는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첫번째 폭발 이후 반드라와 마툰가에서도 추가 폭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4~8번째 폭발은 조게시와리, 보리왈리, 바얀다르, 산타크루즈역 등에서 발생했다.
8건의 테러는 모두 서부철도 구간에서 몇 분간의 차이를 두고 열차의 1등칸에서 발생했다. 현재 이 구간의 모든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익명의 경찰 관계자는 이번 테러로 최소한 150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A.N.로이 뭄바이 경찰청장은 60여 명의 시신만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건현장 = 테러가 발생한 현장은 사망자와 부상자들로 아비규환을 이뤘다.
참사 직후 보안 요원들이 투입돼 사망자의 시신과 부상자를 이송하는 순간에도 폭발 당시의 충격으로 파손된 객차 내부와 철도 인근에는 사망자의 시신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머리에 피를 흘리는 한 열차 승객은 "꽝하는 소리에 처음에는 열차가 벼락을 맞은 줄 알았다"며 "승객들은 열차가 달리는 상태에서 창밖으로 뛰어내리기도 했다"며 몸서리를 쳤다.
사고 현장에는 앰뷸런스가 계속 몰려들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계속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폭우까지 내리면서 부상자 구조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가족이나 친지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폭주하면서 뭄바이와 다른 지역 간에는 전화통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를 면한 뭄바이 시민들은 신문과 방송사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들의 안전을 알리고 있다.
◇경찰수사 = 아직 테러공격의 주체라고 밝히고 나선 단체는 없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지점 인근에서 발견된 고성능 폭약과 타이머, 테러의 수법 등을 감안할 때 카슈미르에서 활동중인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해 기획된 테러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 중에서도 특히 카슈미르 3대 분리주의 무장세력의 하나인 '라스카르-에-토에바(LeT.성스러운 군대)'를 주시하고 있다.
파키스탄에 기반을 두고 있는 LeT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전쟁 위기로 몰고간 지난 2001년 인도 국회의사당 테러와 지난해 10월 뉴델리에서 66명을 숨지게 한 폭탄테러의 배후 조직이다. 이들은 지난 3월 바라나시의 폭탄테러에도 깊숙히 개입했다.
경찰은 이날 카슈미르에서 8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한 5건의 테러공격과 뭄바이 사건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그러나 Let는 성명에서 "우리는 오늘 발생한 카슈미르와 뭄바이의 테러를 규탄한다"면서 연관성을 부인했다.
폭발 이후 인도 당국은 전국에 걸쳐 테러 용의자 색출에 들어갔으며, 뉴델리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 모두 테러 비상이 걸렸다.
로이 청장은 이번 폭발사건을 '사전에 잘 준비된' 테러공격으로 규정하면서 "정상인이라면 저지를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시브라즈 파틸 내무장관은 테러공격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으나 시간과 장소는 몰랐다고 말했다.
◇정부대응 = 인도 정부는 폭발 이후 뭄바이와 수도 뉴델리에 비상 경계령을 발동하고 만모한 싱 총리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싱 인도 총리는 내무장관이 대독한 성명을 통해 이날 폭발을 수치스러운 짓으로 규정하면서 국민들에게 루머에 동요하지 말고 평온을 유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 피해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랄루 야다브 철도장관을 현장에 급파했다.
압둘 칼람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비인간적'이라 비판했고, 소니아 간디 집권연장(UPA) 의장은 "이런 비겁한 공격에 경악한다"고 말했다.
마하라슈트라 주정부도 별도의 내각회의를 소집하고 사망자 가족에게 10만 루피(210만 원), 부상자 가족에게 5만 루피의 보상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빌라스라오 데시무크 주총리는 시민들에게 흥분하지 말고 외출도 삼가해줄 것을 당부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의 L.K. 아드바니 당수는 그러나 "테러세력에 너무 온건한 정책을 펴는 바람에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최근 사례 = 지난 3월26일에는 힌두교 성지인 바라나시에서 3건의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 23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했다.
바라나시 테러는 인도의 2대 축제이자 '색의 향연'으로 불리는 '홀리'를 일주일 앞두고 기차역과 원숭이 신인 하누만을 모시는 산카트 모찬 사원에서 발생했다.
또 지난해 10월29일 뉴델리에서는 힌두 최대 축제인 '디왈리'를 사흘 앞두고 파하르간즈와 사로지니 나가르 등 재래시장 2곳과 시내버스에서 3건의 연쇄 폭탄공격이 발생해 66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이날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연쇄 수류탄 공격과 마찬가지로 이들 2건의 대형 테러공격도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이 배후로 지목됐다.
뭄바이의 경우 지난 1993년에 폭탄테러로 250여 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부상한 바 있으며, 지난 2003년과 2004년에도 소규모 테러공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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