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7일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열어 오는 10일부터 시작될 한미 FTA 제2차 협상 계획에 대한 외교통상부의 보고를 들었다. 정부는 FTA에 대한 민의를 수렴하는 절차의 하나로 국회 보고를 선택했으나 이미 알려진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인데다가 국회의원들의 사전 지식도 부족한 듯 보여 질의와 응답이 시종 핵심을 겉도는 모습이었다.
"우리도 쟁점 몰라"…'들러리' 국회?
이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한미 FTA 제2차 협상 대응방안'에 대한 개괄적인 보고를 받은 야당 의원들은 기존 언론 보도를 뛰어넘지 못하는 부실한 보고에 불만부터 터뜨렸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나는 FTA를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그 내용이 뭔지 알려준 게 없어 지지발언을 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협상을 담당하는 이해 당사자들은 내용을 충분히 습득하고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오늘 같은 보고서를 내놔서는 쟁점이 뭔지조차 알 수 없다"며 "최소한 쟁점이 무엇이고 정부가 내놓은 전망치와 시민단체의 주장이 다른 것은 어떤 전제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정도의 설명은 함께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FTA에 대한 입장은 정반대이지만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을 우리 정보보고로는 전혀 파악할 수가 없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미국 측의 자료를 여기저기 구해봐야만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여당 중진인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조차 "한미 FTA가 미국 뜻대로 체결되고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큰 문제는 우리 국회의원들도 그 절차에 대한 설명이나 보고를 받은 바 없다"며 정보 부족을 토로했다.
협상 내용을 검증하는 작업이 불가능하자 의원들의 주된 질의는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로 모아졌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히 FTA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인 만큼, 정부의 협상 태도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더라도 '협상 중단'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할 수는 없어 애꿎은 '홍보 방안'만 되짚은 것이다.
게다가 의원 개개인이 소신을 갖고 정부의 협상 전략을 논하기에는 전문성이 따라주지 않아 걸핏하면 "협상 중"을 이유로 답변을 피해나가는 정부 측으로부터 유의미한 답변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자꾸 숨기니 불신이 커지지"
요식행위에 가까운 국회 보고조차 정부 측은 공개를 꺼려 이날 오전 회의의 공개 여부를 두고도 의원들은 1시간 가량 승강이를 벌여야 했다.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정부가 자꾸 숨기려고만 들면 국민 불신이 더 커질 뿐"이라며,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국민들이 알고자 하는 중요한 내용이 많은데 기본적 보고조차 비공개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공개를 주장했다.
민주당 한화갑 의원은 "국민들에게 협상의 내용을 충분히 알리고 필요성을 설득해서 긍정적인 여론이 집약돼야 협상력도 배가된다"며,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1차 협상 과정도 공개하지 않고 2차 협상 계획도 비밀로 하겠다면 정부가 협상하는데 국회는 들러리나 서란 말이냐"며 각각 정부 측의 비공개 요구에 반발했다.
이에 김원웅 위원장이 회의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정부가 공개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내용에 대한 질의 응답은 오후에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양 쪽 입장을 조율했다.
그러나 답변의 대부분을 '비공개'로 할 수 있게 됐음에도 반기문 장관은 "국회 측에서 비공개로라도 협상 과정을 논의하자고 해서 비공개 요청을 한 것인데 이제 와서 협상 중에 있는 사안을 공개하자고 하면 행정부로서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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