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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을 부르는 석유중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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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을 부르는 석유중독증

창비주간논평 <1> 지난 3년간 국제유가, 정부예측치 10달러 초과

5월과 6월 나이지리아에서는 두 개의 큰 사건이 일어났다. 5월에는 파이프라인에서 새어나온 석유가 폭발하여 주위에 있던 아프리카 사람 200여 명이 모두 타죽었고, 6월 초에는 대우건설 노동자들이 납치되었다가 풀려났다. 우리에게는 두번째 사건만 관심거리였지만 노동자들이 풀려난 뒤에는 그 관심도 곧 사라졌다. 그러니 5월의 석유폭발 비극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의 배후에 석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나이지리아의 니제르 델타는 석유쟁탈 각축장이다. 330억 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곳에서는 셸, 셰브론, 엑슨 같은 석유메이저들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 같은 국가들도 석유를 얻거나 돈을 벌기 위해 갖은 모험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각축 속에서 니제르 델타는 파괴되고 오염되고 망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곳 원주민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귀담아들으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인데, 5월의 석유폭발과 6월의 납치는 주민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 진행되는 석유개발에 대해 수십 년간 '비폭력적' 저항을 벌인 끝에 낙담한 주민들이 선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니제르 델타에서 석유 폭발과 납치는 거의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니제르 델타는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의 하나로 꼽힌다. 미국, 중국, 인도, 그리고 석유 '자주개발'을 꾀하는 한국 등 석유갈증에 허덕이는 국가들이 몰려들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이들의 갈증이 궁극적으로 채워지는 것도 아니다. 분쟁은 더 늘어나고, 석유가격은 더 올라가고, 그 결과 석유를 얻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정부에서는 이러한 난관을 해외 석유 '자주개발'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언젠가 석유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안타깝지만 석유가격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안정화되지 않고 계속 오를 것이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석유가격에 대한 정부의 기대는 번번이 빗나갔다. 정부의 2004년 평균 석유 수입가격 예측치는 배럴당 약 24달러였다. 그러나 실제 평균 수입가격은 배럴당 34달러에 달했다. 2004년 말에 이루어진 2005년에 대한 예측치는 배럴당 30~35달러였다. 실제 가격은 배럴당 50달러였다. 2006년의 예측치는 배럴당 50~55달러였다. 그런데 지난 5개월간의 평균가격은 배럴당 60달러를 훨씬 넘는다. 해마다 실제 석유가격이 정부의 예측가격보다 10달러 이상 높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유는 석유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 섞인 오판 때문이다.
  
  정부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리라는 판정을 내리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 가지 간단한 사실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석유를 사용한 1900년대 이래 석유가격이 3,4년 동안 지속적으로 올라간 일은 한번도 없다. 석유가격이 갑자기 크게 상승한 적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었고, 이 요인이 제거되자 석유가격은 금세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때와 달리 최근 몇년간 지속된 유가상승에는 특별한 인위적 요인이 없다. 이라크 정정, 미국의 허리케인, 나이지리아의 납치사건, 이란 핵개발이 거론되지만 모두 30년쯤 전의 오일쇼크를 불러온 강풍에 비하면 산들바람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석유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은 좀더 근본적인 데 있을 터이고, 이 원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석유가격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원인은 바로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 비해 생산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산이 빠르게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땅 속에 묻혀 있는 석유가 기대만큼 많지 않기 때문인데, 바로 이것이 두번째 사실이다.
  
  석유 발견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석유회사들이 전세계의 땅과 바다를 헤집으며 석유를 찾으러 다니지만 새로 발견되는 양은 퍼올리는 양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새로 발견되는 석유는 1960년대에 최고에 달했다가 줄어들기 시작해서 1980년대부터는 소비량보다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0년대에는 소비량의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15년쯤 후에는 소비량의 1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퍼올릴 수 있는 석유의 양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갑자기 무너지고 석유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 한 석유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다. 지난 3년간의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1년 후 텍사스 중질유의 가격은 지금의 배럴당 70달러에서 100달러 가까이 올라갈 것이다. "미국은 석유중독에 걸려 있다"는 부시의 말은 바로 그러한 가격상승에 대한 염려에서 나왔을 것이다.
  
  필요한 석유의 60%를 수입하는 미국이 석유중독이라면 100% 수입하는 한국은 중독도 이만저만한 중독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석유가격이 올라가도 우리는 그다지 크게 염려하지 않는 것 같다. IMF 구제금융 때처럼 갑자기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일 터인데, 지금쯤은 그때 경험을 교훈 삼아 미리 준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www.changbi.com) 27일자에 실린 것으로 창비측의 양해를 얻어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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