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판세로는 당내 지분대로 강 의원과 이 대표를 '2강'으로 분류하고 이 구도에 파열음을 낼 변수로 '미래모임'과 전 의원을 꼽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결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차기 지도부의 어깨에 지워진 '정권탈환'이란 과제를 두고 저마다 내놓은 해법이 다른 만큼, 레이스를 거치면서 지지세도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재섭 "분열 없이 단결해야 집권 가능"
강 의원은 '통합'을 화두로 제시했다. '화합의 용광로'가 그의 캐치프레이즈다.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에서 강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 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여 일체의 분열 없이 단결할 수 있도록 화합의 리더십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당을 깨지 않는 일'을 한나라당 정권 창출의 첫 과제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불복할 수 없는 공정한 경선'을 관리하는 지도부로는 한때 대권주자로서 다른 대권주자들과 거리를 유지했던 자신이 적격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특정주자와 가까운 사람이 당을 맡는 순간 당은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시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 대표를 겨냥한 말이다.
강 의원은 향후 한나라당의 중점 과제를 두고도 "'안정 없는 개혁 타령'은 혼란과 불신만 가중시킨다"며 '개혁'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강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며 안정 속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대표자감"이라고 자칭했다.
이재오 "지역 넘어 '범 우파'로 외연 넓혀야"
이 대표는 '변화'를 내세운다. 한나라당의 '집토끼'만으로는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생각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산토끼 잡기'의 일환으로 '아예 포기했던' 호남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대표는 "18대 총선 공천 때 호남 인사에 비례대표를 50%까지 배정하겠다"고 했고 "당사를 없애고 국회로 들어오면서 남는 돈도 호남 지원에 쓸 생각"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 주변에서는 강 의원이 '민정계'임을 부각시키며 "변화하는 당의 얼굴로 적합하지 않다"는 여론을 조성하느라 부심 중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범우파 연합론'을 제안한 데 대해 강 의원이 "내가 먼저 한 말"이라고 치고 나오자 "흠결 있는 사람들이 시류에 의해 우파연합을 얘기하면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겠느냐"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나는 대통령을 나오려다 안 될 것 같으니 당권으로 방향을 돌리는 식의 얍삽한 정치는 하지 않는다"며 대권에서 당권으로 선회한 강 의원을 비꼬기도 했다.
'미래모임' "자기혁신 통한 '자생적 외연확대'가 집권의 길"
한나라당 집권을 위한 최대 과제로 '변화'를 꼽는다는 큰 틀에서는 '미래모임' 주자(권영세, 남경필, 임태희 의원)들과 이 대표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각론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외연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공천이나 당직을 고리로 호남의 지지를 얻어내려 하는 이 대표의 '인위적인 방법론'은 한마디로 "구식"이라는 것이 '미래모임' 내의 기류다. 이들은 '기득권 세력', '부패정당' 등 스스로 부정적 꼬리표를 떼 내려는 '자기 혁신'을 통해 "중도층의 자발적 지지를 이끌어 내야" 집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간 두 차례 열렸던 주자 간의 토론회 후 권 의원은 "한나라당이 먼저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진정성을 보임으로써 스스로 연합이 되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선자강 후연대론'에 미래모임 후보들끼리 합의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연대부터 주장하는 것은 아주 작위적이고 정치공학적인 발상"이라며 이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간 "당의 개혁과 변화를 꾸준히 주장해 온" 자신들이 당권을 잡아야 한나라당은 물론 '보수 전반의 대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남 의원은 "당의 개혁을 부르짖고 시대정신에 충실하려 했던 우리가 당권을 잡을 때 국민들도 한나라당의 미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장 현안이 된 사학법 재개정을 두고도 "사학법이 급식법 같은 민생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당론을 치받았다.
'짧은 정치경력'은 오히려 장점이라고도 한다. 권 의원은 "선진화를 화두로 삼을 한나라당의 새 리더십은 민주화 시대의 갈등과 산업화 시대의 모순에서 자유로운 세대가 돼야 한다"며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 대표와 '민정계'인 강 의원에게 동시에 견제구를 날렸다.
전여옥 "'대선 전쟁' 앞두고 '강한 한나라' 돼야"
전 의원은 연령과 선수로 치자면 '소장파'에 가깝지만 이들과는 전혀 다른 '집권론'을 설파하고 있다. 전 의원의 구호는 '강한 한나라'다.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승리로 가는 그 길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마다않고 권력을 잡은 저들과의 길고도 치열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여권과의 '전쟁'을 대비해 한나라당이 강해질 것을 주문한 것이다.
전 의원 역시 '자강'을 위해 '혁신'을 주장하지만, 이는 외연확대와는 층위가 다른 혁신이다. 지방선거 당선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국민 모니터단 구성, 공천 총량 점수제 도입, 국정운영 전반을 검토하는 '대한민국 119 위원회' 구성 등 변화 보다는 '자기 검열'에 중점을 둔 것이다.
전 의원은 "피 흘리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시덤불을 헤쳐 나가겠다. 죽기를 각오하고 대선의 지뢰밭을 앞장서서 나가겠다"며 '대선 전쟁'에서 강하게 맞설 수 있는 자신의 '투지'를 선택해 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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